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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송진호의 복지수다

밥보다 야구가 좋다

by 이치저널 2021.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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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호 sjhjks@naver.com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유명한 야구해설가께서 쓰신 책 중에 나는 밥보다 야구가 좋다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이 나왔을 당시 그 책 제목에 크게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언제부터 야구를 좋아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선린상고 박노준, 김건우가 기억이 난다.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 고교야구의 인기는 지금의 프로야구의 인기보다 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시 선린상고 박노준의 인기는 유명연예인급이었다. 전국대회 결승전에서 홈 슬라이딩을 하다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는데 박노준을 주인공으로 한 라디오 드라마가 나오기도 했었다.

글을 통해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나는 다리가 불편하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처럼 밖에 나가 놀지 못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늘 집에만 있었고, 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학교와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동네 골목에 나가거나 친구네 집에 놀러 가는 건 초등학교 4학년이 지난 후부터였던 것 같다.

고교야구가 인기이던 80년대 초 라디오서울이라는 라디오 방송국이 있었다(아마도 지금의 교통방송인 듯 하다). 라디오서울에서는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리면 하루 종일 (최대 하루 세 경기) 야구 중계를 해주곤 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종일 방송이 아니었는데 야구 중계가 있는 날은 낮에도 텔레비전이 나왔다. (겨울에는 농구, 배구)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고, 그중 야구는 내게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가 되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에 살고 있었기에 고교야구를 볼 때도 서울팀을 응원하던 나는 1982년 프로야구가 생기면서 MBC 청룡의 팬이 되었다. 1990년 럭키금성 그룹이 MBC 청룡을 인수하여 탄생한 엘지트윈스를 나는 여전히 응원하고 있고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은 12년 연속 엘지트윈스 어린이회원이다.

내가 어려서부터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잔소리 중 하나가 야구가 밥 먹여 주냐?”였고, 결혼 15년 차인 아내에게도 같은 잔소리를 듣곤 한다. 그런데 나는 사실 야구와 나의 생업이 이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며 살았고, 어찌 보면 야구가 내 삶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온 것도 사실이다.

2000년 광케이블이 상용화되면서 프로야구단 홈페이지가 활성화되었고, 당시 대학원생이라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나는 온라인을 통해 나와 비슷한(야구를 좋아하고 엘지트윈스를 응원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그 사람 중에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통해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당시에 오프라인 모임에서 회원들끼리 기금을 조성하여 좋은 일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당시 엘지트윈스가 사회공헌활동의 파트너로 삼고 있던 한국복지재단(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오프라인 멤버였던 구단 직원을 통해 소개받았고,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막연히 동경해 오던 그곳에 후원자가 될 뻔했다. 오프라인 모임의 상황이 좋지 않아져서 실제로 후원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 후 입사시험을 치르고 20년 동안 일하고 있으니 야구가 나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인연의 시작점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도 엘지트윈스의 팬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게시판을 통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하는 일을 소개하기도 했고,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으며, 내가 담당하는 아이들의 사연을 소개하여 도움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후원자이면서 엘지트윈스의 팬인 나의 지인들 십여 명과 단톡방을 만들어 교류하고 있다.

팬들뿐 아니라 엘지트윈스의 프렌차이즈 스타이자 살아 있는 전설인 박용택 선수와의 인연도 나에게는 참 특별하고 소중하다. 비록 그에게는 내가 수많은 팬 중 한 사람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팬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그의 팬 중 한 사람인 것도 뿌듯할 때가 있다.

박용택 선수는 2015년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연을 맺고 2016, 2017년 두 시즌 동안 1안타당 3만 원씩을 적립하여 1,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하였다. 소이증 아동의 수술비를 지원하였고, 야구 꿈나무에게 장학금을 지원하였다. 2017년 지원한 야구 꿈나무는 박용택 선수의 모교 후배가 되어 있기도 하다. 내가 복지관에 근무할 때는 부자 가정 아동들과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을 야구장에 초대해 주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박용택 선수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써 보고자 합니다.)

야구가 밥은 먹여 주지 않지만, 야구로 인해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유무형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으며, 정정당당함이 무엇인지, 최선을 다함이 왜 중요한지, 팀과 팀워크는 무엇인지 등등을 느끼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가 스포츠를 통해 특히 야구를 통해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잘 지는 것 이기도 했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고, 승리에 교만하지 않고 패자를 배려할 줄 알며, 패배에 좌절하지 않고 승자에게 축하를 보낼 줄 아는 그런 아이가 되어 주길 바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명언을 우리는 야구를 통해 늘 확인하고 있으며 어떤 일이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함을 배우고 있다.

그런 야구가 코로나 19 방역수칙 위반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사상 최초로 리그가 중단되었고, 관련 선수들은 징계를 받았고, 특정 구단은 고위층 인사가 물러나기도 했다.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응원도 시들하다.
군부 독재 시절에 3S정책의 일환으로 생겨났지만,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시작하여 40년간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사랑받아 온 프로야구가 팬들에게 외면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팬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일을 자성의 계기로 삼고 어려운 시기에 국민에게 감동으로 위로를 전하는 멋진 야구로, 타인에게 모범이 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멋진 선수들로 자리를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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