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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송진호의 복지수다

“졌잘싸”의 주인공들!

by 이치저널 2021.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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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호 sjhjks@naver.com

 

 

최선을 다한 국가대표 선수들 모두 감사합니다.

 

 

 

 

올림픽이 끝났다. 코로나 19로 인해 개최가 1년 연기되었던 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열렸고, 막을 내렸다. 마침 여름방학인데다 개최지가 일본이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응원하기에 안성맞춤인 올림픽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과 4학년인 딸에게는 이번 올림픽이 처음 보는 올림픽이나 다름 없었다. 아이들에게 양궁 3관왕 안산 선수는 올림픽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선수가 되었고, 신유빈 선수는 탁구 하면 떠오르는 스타가 되었다. 구기종목 중에는 여자배구 한일전 승리가 가장 인상적인 경기였다고 아이들은 말한다.

이번 올림픽은 메달 숫자로만 보면 목표 달성에 실패한 올림픽이다. 금메달 7개 이상, 종합순위 10위가 대한민국의 목표였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디펜딩 챔피언이던 야구는 일본과 미국에 연달아 패하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마저 패하며 본선 참가 6개국 중 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역대 최고 성적인 동메달 이상을 목표로 했던 축구는 8강전에서 방심과 전략 전술의 실패를 드러내며 멕시코에게 63으로 대패하여 탈락하였고,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도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던 여자핸드볼은 단 1승으로 8강에 운 좋게 진출했을 뿐, 유럽의 강호들과는 수준 차이만 확인하고 말았다. 오히려 13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여자농구는 비록 3전 전패로 탈락하기는 했지만 응원하고 싶은 경기를 보여주었고,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여자배구는 학폭 논란을 일으킨 쌍둥이 자매의 이탈 공백과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딛고 숙적 일본은 물론 유럽의 강호들을 이기고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특히 주장 김연경 선수를 중심으로 한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은 팀워크가 무엇인지 보여주었고, 김연경 선수가 왜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존경 받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4강전과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전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했지만, 2021년의 대한민국 여자배구팀을 패자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올림픽은 1984 LA올림픽이 처음이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 우리나라에서 열린 서울 올림픽이 내가 제대로 경험한 올림픽이었다. 이번 올림픽을 TV로 지켜보며 응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88올림픽 생각이 많이 났다. 86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임춘애 선수의 경기를 보려고 특별활동을 땡땡이 치고 단골 문방구로 달려갔던 생각도 났고, 박시현 선수의 복싱 결승전을 보느라 예배시간에 늦었던 생각도 났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따고도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워하는 선수들을 많이 보았다. 심지어 금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선수들도 많았다. 스포츠 신문 기사에서 “2위 추락이라는 표현도 많이 보았다. ‘1등 계속하다 2등 하면 추락인가?’ 라는 의문을 가져 본 적도 있다. 그런 현상은 세월이 지나면서 많이 줄어들었다. 언젠가부터 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과정을 즐기는 선수들을 보게 되었고, 결과보다 과정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 여부가 아니라 열심을 다하는 모습만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선수들이 유독 많았던 것 같다.

중국 귀화 선수들의 홍수 속에 탁구 신동에서 국가대표 에이스의 가능성을 보여 준 신유빈, 육상으로 치면 100미터 달리기나 마찬가지인 수영 자유영 100M에서 결승에 진출했던 황선우, 아쉬운 4위가 되었지만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육상 필드 종목 사상 최초 금메달에 도전했고 심지어 넘을 뻔 했던 높이뛰기 우상혁, 다이빙 종목에서 세계 수준의 연기를 보여 주며 스프링보드 다이빙에서 4위를 차지한 우하람, 체조 종목별 결승 마루운동에서 4위를 차지한 류성현 등등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과 당당히 실력을 겨루고 희망을 보여주며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해 준 선수들이 많았다.

근대 5종 전웅태 선수는 대한민국 최초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정진화 선수는 4위를 차지했으며 여자부 김세희 선수는 펜싱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선전하다 대한민국 여자 역대 최고 성적인 1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지만 근대 5종 경기 방식은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제대로 알았다.

 

 

졌잘싸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아무나 졌잘싸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승자일 수는 없다. 운동경기에서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그렇다. 비록 최고가 되지 못하더라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그리고 최선을 다한 과정과 성과가 합당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어려운 아이들 중에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갓 스무살이 되어 생활전선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누구나 자신의 재능과 끼를 확인하고 적합한 지원을 받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그래서 누구나 졌잘싸의 주인공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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