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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영하의 소통이야기

산마루에 서서

by 이치저널 202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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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 

 
 

 

 

 

ⓒ박미애

 

 

산마루에 서서

산 아래 세상을 내려다 봅니다.

세상이 다 내 것인 양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전투기를 조종하며

지난 30년간 높은 고도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때와

다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산마루에 서서 보니

시야가 유난히 확 트입니다.

마치 전 방향을 다 주시할 수 있는

투명한 캐노피 같습니다.

이쪽은 힘들게 지나왔던 오르막길이 보이고

저쪽은 앞으로 내려갈 내리막길이 보입니다.

들숨과 날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오른

저 아래 비탈길을 돌이켜 보며,

숨 가쁘게 달려왔던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산마루에 올라서서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그려봅니다.

인간의 부질없는 교만과 욕망은

온 세상을 멍들게 하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미세먼지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햇살도 미세먼지 벽을 뚫느라 빛을 잃었고

산등성이를 넘어오느라 힘겨웠나 봅니다.

 

오늘 더이상 오를 곳이 없는

산마루에 서서

마음 시름도 다 덜어냈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인간에게는 비움이 미덕이다”라는 말을 되뇌며

3년 전 일상이 자유로웠던 꿈결 같은 추억들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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