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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


산마루에 서서
산 아래 세상을 내려다 봅니다.
세상이 다 내 것인 양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전투기를 조종하며
지난 30년간 높은 고도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때와
다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산마루에 서서 보니
시야가 유난히 확 트입니다.
마치 전 방향을 다 주시할 수 있는
투명한 캐노피 같습니다.
이쪽은 힘들게 지나왔던 오르막길이 보이고
저쪽은 앞으로 내려갈 내리막길이 보입니다.
들숨과 날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오른
저 아래 비탈길을 돌이켜 보며,
숨 가쁘게 달려왔던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산마루에 올라서서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그려봅니다.
인간의 부질없는 교만과 욕망은
온 세상을 멍들게 하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미세먼지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햇살도 미세먼지 벽을 뚫느라 빛을 잃었고
산등성이를 넘어오느라 힘겨웠나 봅니다.
오늘 더이상 오를 곳이 없는
산마루에 서서
마음 시름도 다 덜어냈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인간에게는 비움이 미덕이다”라는 말을 되뇌며
3년 전 일상이 자유로웠던 꿈결 같은 추억들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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