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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숲속의 오두막

by 이치저널 2023.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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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두 줄기 길게 누운 평행선 길 따라 철로 위 안개 사이로 달려온 새벽 고요한 새벽의 여명이 타오른다. 때 이른 삼중주가 산새들 속삭이며 노래한다.

맑고 청아한 계곡을 지나는 물 맑은소리 바이올린 비올라의 협주곡 바람 따라 흔들리는 깊은 산중의 소리 피아노와 플루트의 앙상블로 새벽을 깨운다.

아 ~~ 산속 오두막 창 너머로 새 아침의 생명을 만난다. 이 맑고 순수한 청아함 이란 천상의 화원 대지를 흠모하는 경건한 축복으로 상큼한 기쁨의 세계!

 

 

◆ Ⅱ

눈을 뜨니 살아있음의 꿈틀거림 긴 어둠에서 깨어나 나의 동녘이 여명 앞에 신세계를 연다. 이슬로 하루를 일으켜 세우고 풀잎의 노래는 귀가에 소곤소곤 산머리 불쑥 하늘에 솟아 있고 산허리 돌아 짙은 녹음의 가랑이 사이로 스멀스멀 배어 나오는 새벽안개. 골짜기 마다 운해의 강을 이루어 이리저리 감돌아 용트림하듯 비상을 한다.

산 아래 밭둑 넘어 농가엔 소여물 김이 서려 수구한 냄새 무럭무럭 농부의 입김으로 숨결 따라 부지런하게 들녘으로 번져간다.

 

 

◆ Ⅲ

계곡 옆 소담한 찻집의 에스프레소의 향기는 고즈넉한 농가의 소박함에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러운 향기로 따끈한 찻잔의 진한 색감을 뿜어낸다. 이내 쌉싸래하고 구수한 자극에 스르르 눈을 감는다.

오두막 창 넘어 나뭇가지 사이 흐르는 운해를 바라보며 혀끝에 녹아내리는 향기로운 여운 시간이 머무는 공간에서 차 한 잔의 정취는 운학의 땅 선계의 풍광 속에서 아! 현기증 나게 밀려오는 나른함 그 행복에 젖는다.

아침 이슬에 젖어 방울방울 보석 담은 초록 입술 산나물 계곡 비탈 사이 고개 내밀어 꽃을 피워 햇살로 기지개를 켜는 야생화 앙증스러운 고고한 자태에 마음을 빼앗겨 몸 둘 바를 모른다.

◆ Ⅳ

졸졸 또르르 소리 내어 아침 인사 하는 계곡 옆에서 오 종종 조르라니 돌들을 모은다. 조그만 돌멩이 하나둘 정성 담아 아기 돌탑 쌓아 인사를 대신 한다.

깊은 숨을 몰아쉬어 혼신의 기를 모아 마지막 돌멩이 올려내며 지나는 누군가의 시선에 미소가 머물도록 내 마음도 한 칸 쌓아 놓고 기도를 한다.

산 이슬 촉촉이 젖어가는 마음 더욱 맑아 영롱한 하루의 여명 앞에 더욱더 경건할 수 있도록 원시의 자연을 흠모하며 고요한 태고의 아침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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