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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생명의 기원, 물

by 이치저널 2023.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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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에게 소중한 자원으로 물려주는 일

계곡에 흐르는 물은 시원하고 달고 맛이 있다. 심산유곡으로부터 발원하여 그 줄기를 쉼 없이 불려가며 바위와 계곡의 허리를 돌아 시원한 물줄기가 용소를 만들고 폭포를 이루며 발아래 흐르고 있다.

계곡을 이루며 흐르는 물줄기는 생명의 소리를 낸다. 폭포처럼 거세게 흐르는 물줄기는 바위에 부딪쳐 파랗게 멍이 들었고 계곡 옆 자락을 돌아드는 물소리는 다정하고 익숙한 노래 소리로 행복하다.

콰르르 쏟아붓는 소리와 졸졸 도르르 정적인 소리를 내며 바위를 돌아 초록색 풀 이끼 사이를 흐르다가 송사리의 몸을 간질이며 길을 내는 물은 사물과 어우러져 조화롭게 리듬을 탄다.

 

 

맑고 파란빛의 물줄기 앞에 무더위는 이미 여름의 끝자락을 넘어선다.

 

두 손을 가지런하게 오므려 물을 한 움큼 떠서 후루룩 마시자 달고 시원한 청량감이 온몸으로 퍼져 전율을 이루며 이렇게 귀한 생명수 앞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어린 시절에는 동네의 뒷산 계곡 자락에서 멱을 감고 갈증이 나면 언제든지 흐르는 물을 손으로 한 움큼 떠서 마시거나 직접 입을 대고 마셨었다.

학창 시절에는 운동장에서 뛰어놀다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되면 운동장 한 쪽의 수돗가로 달려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배부르도록 마시고 등목을 하던 추억이 엊그제 같다.

도시의 계곡이나 약수터 샘물은 오염되어 대부분 마실 수 있는 물이 아니다. 수돗물은 안전하게 마실 수 있다고 당국에서는 홍보하고 행사 때마다 물을 선전용품으로 나누어 주지만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근교의 뒷산에 약수터가 있기는 하지만 정기적인 검사를 하지 않으면 함부로 마실 수조차 없고 그나마 폐쇄된 약수터가 대부분이다.

공업용수는 부족하고 가뭄이 들어 농사를 짓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고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물을 물 쓰듯이 쓰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을 해도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말은 아니었다.

그 시절 물을 사 먹는 시대를 상상이나 했을까 싶지만은 이제는 사무실이나 공공장소에도 정수기가 비치되어있고 심지어 가정집에도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생수를 사다 먹는 실정이 된 지 오래다.

외출이나 등산을 할 때도 각자 먹을 물을 배낭에 넣어 나오며 공기나 햇살이나 바람이나 물처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아직도 우리의 산과 계곡에 명경지수(明鏡止水)와도 같이 맑은 물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일이다.

자연은 생명이다. 자연의 숨결처럼 숲과 바위와 풀잎 사이에 녹아들어 방울방울 모인 물들이 계곡을 이루고 시내를 만들어 하천이 되고 강을 지나 바다를 이루니 생명의 근본인 물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귀중한 자산인 우리의 계곡과 산하가 잘 본존 되어 길이 후손에게 소중한 자원으로 물려주는 일은 우리의 몸에 흐르는 피와도 같은 생명의 근원을 물려주는 일과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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