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얽매이지 않으니까 일상에서 여유가 생깁니다. 이런 시기엔 삶의 속도를 한 템포 늦추면서 그동안 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새겨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달리는 동안’이 아닌 ‘쉬는 동안’이기 때문이지요.
삶을 대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세가 각자의 운명을 만든다고 합니다.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길일 수도 있고 선택이 모여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지만, 솔직히 무엇이 진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정해져 있는 길’과 ‘선택이 모여 이룬 결과’가 결합 되어 있지 않을까요? 섭리와 자유의지의 결합을 의미하지요.
현대를 사는 대부분 사람은 실제의 어려움보다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라는 공포로 스스로 불행을 자초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의 고삐를 멈추고 고개를 돌리면 우리 곁에는 의외로 많은 풍요로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시인이나 선각자들이 얘기하는 밤하늘의 별, 세상을 등지는 나뭇잎, 푸드덕 날아오르는 멧새 한 무리, 지구의 자전, 내가 살아있는 존재 자체 등 모든 것들이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인간관계조차도 먼지나 티끌같이 사소하고 미미한 일이 되어 버립니다.
소설가 김연수 씨는 고비사막에서 무수하게 박혀있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절대 고독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가 경험한 고독은 “나는 영원히 살 수 없는데, 이 우주는 영원히 반짝일 것을 깨닫는 순간의 감정”이라고 표현하고 있지요. 우리가 모두 우주가 너무 아름답다는 깨달음은 곧 우리 인간은 너무 고독하다는 깨달음과 동전의 앞뒷면 같은 관계인 것 같습니다.
만나야 할 사람도 많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일도 많은 연초이지만, 언젠가는 무한한 우주에서 사라져 갈 ‘유한한 생명체인 나’에게로 눈길을 돌려,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보람을 느낄 수 있는지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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