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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민족의 아픔을 간직한 채 변신한 광명동굴

by 이치저널 2021.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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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doyeonlee3@navet.com

 

 

일제 치하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창조

 

 

 

 

한여름의 더위를 피하는 방법 중 동굴 여행만 한 것도 없다. 광명시 소재 광명 굴 탐방에 나선다. 굴 입구부터 서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

일제강점기의 금속 광산의 번쩍이는 조명 아래 찬란하게 꾸며놓은 각종 조형물 뒤에는 휘청거리고 말라버린 아픈 민족의 힘없는 민초들의 아귀 같은 고통의 목소리가 들린다.

산 정상에서부터 저 깊은 바다와 맞닿은 깊은 곳까지 비루하게 말라버린 곡괭이 한 자루로 손마디에 피멍이 들도록 파고 또 판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피곤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두더지의 더듬이가 되어 광맥을 찾아 거미줄의 미로를 만들어 그 속에 자신을 가두고 삶도 송두리째 가두어 버렸다.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가 (동굴 속 레이저쇼)

 

제국주의에 욕망의 제물이 되어 햇빛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허기진 배를 움켜쥐며 말라비틀어진 몸뚱어리를 혹사당하며 돌가루가 지근대는 꽁보리 주먹밥을 먹으며 깊은 수렁 속에서 절명하고 어둠의 늪에서 암흑처럼 사그라져 갔다.

밝은 조명이 굴의 통로로 쏟아져 내릴 때 서늘하고 파란빛의 서러운 혼백이 번뜩이며 메아리 같은 울림이 울렁울렁 귓전을 흔든다.

수천 년 전에 암각화에 새겨진 선사시대 유물처럼 검은 바위에 눈물로 쓰인 글들의 편린을 본다. 살고 싶다, 귀향, 나는 고향에 가고 싶어요!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요! 그들이 새겨 놓은 글 들은 선사시대 암각화와 다를 것이 없다.

여기저기 검은 얼굴을 하고 두 눈을 실낱같은 희망을 잡고 눈을 감고 한숨짓는 영혼들이 여기저기 적어 놓은 한 서린 낙서들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가( 동굴 속 레이저 쇼)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가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천 길 같은 길이의 동굴은 깊어도 너무 깊다. 그 깊은 어둠의 통로에는 아직도 검은 물이 출렁거리며 슬픔과 고통의 눈물이 고여 넘쳐나고 흐른다. 뱀의 아가리 같은 동굴의 검은 물밑에도 파리하게 지친 영혼들의 절규가 들린다.

열악한 환경 속에 거미줄처럼 엮어 놓은 광산의 미로의 철 계단을 오르고 고개를 조아리며 내려간다. 그냥 걷기에도 힘이 들어 호흡이 거칠어지는 굴속은 육식동물의 내장 속을 허우적거리는 것 같다.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가

 

깊은 어둠 속 철벽같은 바위들을 손톱으로 할퀴듯이 파헤치고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단단한 광석 앞에 절망하고 희망이라는 한 가닥 남은 진기까지 끌어 모아 어둠을 파 들어갔을 영혼들을 마주한다.

제국주의의 야망을 위해 금과 은의 금속조각을 파헤치며 헐떡였을 숨소리가 아직도 단단한 암벽 사이에서 공포라는 이름으로 예리한 파편이 되어 튀어 오르고 비산을 한다.

일제 치하의 수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금속광산인 광명굴과 만남은 예리한 칼날로 심장을 난도질하는 느낌으로 마주하였다.

깊고 깊은 아픔의 공간을 어둠에서 광명으로 (광명시라?) 탈바꿈하여 조각하고 다듬어 다시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창조하였다.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가

 

검은 목마름의 식도 같은 굴속을 들어가도 끝없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공간에 화려하게 장식을 하고 동굴의 장점인 일정한 온, 습도를 이용하여 포도주나 젓갈을 숙성하여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수천만 번 정으로 쪼고 돌을 날랐을 넓은 공간은 공연하고 영화를 볼 수 있는 광장으로 거듭났으며 그 외에 문화 문물들을 전시하여 금속 광산에서 관광 자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름다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광명 동굴을 바라보며 즐길 것은 즐기되 동굴 저편의 그림자도 함께 보듬어 느끼고 민족의 아픔을 간직한 일제 치하의 수탈 역사 한 페이지도 함께 바라보아 혼돈의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거울이 되었으면 한다.

재충전을 통해 더욱 나은 내일을 위하여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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