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성현에 대한 제사와 유학 교육을 담당한 국립 교육기관이다. 전주 향교는 전주 한옥마을 끝에 있지만 관광객들은 보통 한옥을 구경하거나 예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나는 전주전통문화연수원장 하시는 김순석박사님과 차담하려고 자주 들리는데 이곳이 전주 향교 바로 옆에 있어서 향교에서 복(服)을 갖추어 예를 다해 제사 지내는 광경을 종종 보게 된다.
동양 3국은 물론 동남아 국가에서 유교를 빼고 어떻게 문화와 전통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연수원에서는 경전 외에도 다도(茶道)와 한시 그리고 예의에 관한 강좌들도 진행하고 있다. 말하자면 전라도 유교 문화의 산실이자 유림의 정신적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주향교에서 약 5분 정도 걸으면 1905년 선교사들이 설립한 전주남문교회가 있다. 3.1 운동을 시작으로 1980년대엔 반독재투쟁, 인권운동, 민주화 운동의 성지이다. 또한 학교와 영어 교육에 매진해 근대교육발전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 전주남문교회 골목엔 1910년대부터 현대 까지 전주의 모습들이 사진으로 걸려있다. 이젠 없어져버린 미원탑도 보인다.
전주남문교회에서 다시 5분 정도 거리엔 그 유명한 전동성당이 있다. 보기만 하여도 왠지 마음이 숙연해진다. 고해성사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전동성당도 수 없이 가봤지만 성당 뒷 쪽에 있는 사제관이나 수녀원은 처음 봤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들이 꼭 바티칸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전동성당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전주원불교교당이 있다. 원불교는 익산에서 출발했고 원광대학교 등의 교육 기관을 많이 보유한 우리 종교다.
전주는 이렇게 같은 장소에 유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가 10분 거리에서 사이좋게 살고 있는 평화의 마을이다.
점심은 베테랑 칼국수다. 전주에 국수 잘 하는 집은 천지이지만 이곳에서 제일 가깝고 유명한 베테랑 칼국수를 소개한다. 들깨가루와 김을 많이 넣어 맛있다. 국물이 매우 진하다. 40년 넘는 전통을 갖고 있다. 먹을 게 부족했던 40년 전엔 바로 앞 성심여고 다니는 여학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칼국수 양이 약간 작으니 만두를 겸하면 더 좋다.
저쪽 가로등엔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5.1-5.10) 깃발이 펄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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