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칸트는 오후 3시가 되면 산책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칸트가 걷는 것을 보고 오후 3시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칸트는 ‘걷기는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고 책으로도 얻지 못하는 무언가를 가득 채워주며 버릴 것은 버리게 해준다’고 말했다.
니체도 걷기광(狂)이었는데 어느 날은 8시간을 걸었다고 전한다. 그는 ‘진정으로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에서 나온다’고 했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은 걸을 수 있는 만큼만 존재한다’고 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걸을 때 영감을 제일 많이 얻는다고 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거는 ‘나는 걸으면서 아이디어를 구상한다’라고 한다. 이 외에도 명사들의 걷기 예찬을 늘어놓으면 끝도 없다. 지구촌을 이끌어 갔던 세계적인 명사들의 공통된 찬사는 오직 ‘걷기’일 것이다. 걷기는 몸을 가볍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마음도 가볍게 해준다. 필자의 날(生) 경험이다. 우울감이 있거나 분노나 화(火)가 차있다면 먼저 걸으시라. 한, 두 시간 혹은 서, 너 시간의 걷기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
필자도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해 오늘은 전주의 건지산 편백나무숲과 오송제를 걸었다. 전북대학교 병원 쪽에서 올라가면 길이 편안하다. 여기저기 편백나무들이 무리지어 있기 때문에 걷는 시간도 제각기 조절하면 된다. 데크로 만들어 놓은 무장애길을 가다가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 나도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한 시간쯤 걷다가(정확하게는 숲에서 놀다가) 바로 옆 소리문화의 전당으로 향했다. 전라북도 공연 문화의 중심이다. 요즘 유행하는 프로그램들을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소리문화의 전당을 지나 오송제로 가다 보니 야외 공연장에서 통기타 가수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숲 속에서 듣는 음악은 그 어디서보다도 아름다웠다. 공연을 조금 감상하다가 한 500미터 정도 가니 오송제가 나왔다. 오송제(五松提)는 저수지다. 오송제 둘레길도 산책로이고 걷기 적당한 거리다. 근처엔 대하소설 ‘혼불’을 쓰신 최명희 선생의 묘가 있다. 둘레길을 한 바퀴 걷고 오늘 특강하기로 한 전주대학교로 향했다.
전주대학교 특강을 마치고 오늘 저녁은 객주에서 하기로 했다. 客主인지 客酒인지는 모르겠다. 아주 멋있는 술집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녀가셨다고 한다. 장정우 사장님은 음대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피아노 학원을 했다고 한다. 음악도 콩나물처럼 생긴 음표를 가지고 하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주인장의 음식 솜씨가 뛰어나다. 특히 가성비가 좋다. 전주에 여행가시는 분들은 꼭 들려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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