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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염홍철의 아침단상

사랑은 내가 할 테니 너는 나를 사용하렴

by 이치저널 2024.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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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평론가 신형철 교수의 시화집을 선물 받았습니다. 평소에 관심 있던 분의 저서라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그 책은 프롤로그에 독일의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를 소개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라는 시였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사랑 시’인데, 이 시가 우리나라에 소개할 때는 민주화 투쟁 시기에 그 시를 빗대어 ‘사랑하는 사람’을 ‘동지’로 환치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자기가 아니라 상대를 위한 일이 됐기 때문에, 이제 ‘나는 내 것이 아니다’라고 절절히 절규하는 것입니다. 신형철 교수는 이 시의 해설 말미에 “사랑은 내가 할 테니 너는 나를 사용하렴. ··· 그러므로 나는 죽지 않을게. 죽어도 죽지 않을게.”라고 적고 있습니다.

사랑의 시를 소개하니까 <대추 한 알>로 유명한 장석주 시인의 첫사랑에 대한 시가 생각납니다. 첫사랑을 경험하는 나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므로 가늠하기 힘듭니다. 아마 장석주 시인이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우리의 몸과 영혼이 ‘첫’사랑이라는 감정에 몰입되어 가장 순수하고 예민한 촉수를 가졌던 때인 것 같습니다. 그 시에서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첫사랑의 시절이 한참 지나 어른이 된 후에도 상처받는 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을 견뎌 내는데 태연한 사람은 없겠지요. 그러나 짧은 인생에서 삶에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그것을, 미루지 말고 지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꽃이 만개하고 어느 꽃은 시들어 가기도 하지만, 꽃그늘 아래 자리 잡고 앉아 영혼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상상의 나래를 펴보는 것도 다시 오지 않을 이 봄을 즐기는 나름의 방법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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