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좋아하는 말 중에 <테 두른 독이 오래 간다>라는 말이 있다. 항아리도 귀하던 시절 항아리에 실금이 가면 입구에 철사로 테를 둘러 더 벌어지지 않게 했다. 이 항아리는 누구도 잘 만지지 않고 설사 만져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기 때문에 더 오래간다는 뜻이다. 사람도 그러하다. 뭔가 좀 약점이 있는 사람들이 그 약점을 보완하고 조심하면 오히려 더 잘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고스락은 대한민국에서 항아리를 제일 많이 모아 놓은 항아리 테마파크다.고스락은 으뜸, 최고를 뜻하는 순수 우리말이고 여기 고스락엔 3만평의 습지를 개간하여 40년 동안 5,000개의 항아리에 장과 식초를 담궜다. 장은 으뜸이라는 고스락의 의미에 맞게 100% 국산 유기농 재료를 썼고 그 발효실도 누구든 들어가 볼 수 있다. 한국 사람에게 세월과 함께 자연 발효된 장 보다 더 중요한 식재료가 무엇이 있단 말인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은 그 무엇보다도 더 국제적인 아이템이다.
전국에서 가져온 항아리의 크기와 생김새가 다채롭다. 따뜻한 남부지역은 햇빛을 너무 많이 받아 음식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둥이가 좁고 배가 불룩하다. 추운 북쪽 지역은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쐬기 위해 주둥이가 넓고 몸매는 날씬하다. 어렸을 적 화장실로 썼던 항아리도 전시해놨다.
고스락 정원을 걸어 다니다 보니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잔디에서 놀며 사진 모델이 돼주고 있었다. 이 어리고 예쁜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젠 성인이 돼버린 우리 아이들과 뛰놀던 추억이 생각났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
고스락에서 혼자 식사하기는 마땅치 않아 청국장으로 유명한 부부청국장(중앙동에 위치)에 갔다. 30년 된 청국장집으로 그 맛이 깨끗하다. 별 네 개 주고 싶다.
중앙동에 온 김에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에 들렀다. 중앙시장엔 익산 청년몰도 있다. 평일이라서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시원한 대형 마트에 가서 카트 끌고 다니며 쇼핑을 해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다. 청년몰은 3층 건물인데 2층은 거의 문을 안열었고 3층은 정원이라 써놨지만 올라가보니 꽃은 없었다. 청년몰 1층은 식당인데 그나마 사람들이 짜장면이나 수제 햄버거를 먹으며 점심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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