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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그래 너도 꽃이고 말고ㆍ2

by 이치저널 2022.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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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doyeonlee3@navet.com

 

 

굴곡진 인생이 평탄한 삶보다 강하다.

 

 

 

 

숨바꼭질하듯 두리번거리면 보이지 않고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애들 돌 틈 사이, 길섶 사이에 작은 몸 움츠려 피어난 야생화를 들여다본다.

앙증맞고 깨알 같은 크기의 모습을 눈 크게 뜨고 들여다보면 분홍빛, 연두빛, 보랏빛, 이슬을 머금은 꽃 입술은 선명하게 피어난다.

꽃 입술에 그려 넣은 갖은 문양은 정교한 선으로 이어지고, 부드러운 빛깔로 그려내고, 둥그런 모양으로 오려내어 실핏줄 같이 연한 모습으로 이어질 듯 끝 어질듯 이어간다.

약한 듯 강한 자태로 꽃 입술 속에 꽃술이 갖출 것 다 갖추고 야무지게 도드라져 피어나니 그래 너도 꽃이지 꽃이고말고!

겨우내 얼어버린 땅에서 봄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젖어 애처롭게 자그마한 너를 만나니 눈물이 왈칵 솟는 것은 반가움일까 슬픔일까?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가

 

그렇다고 슬퍼 말아라! 안개처럼 피어난 들풀이 어여쁘고 사랑스럽지만 봄은 봄처럼 다가오고 꽃은 꽃처럼 다가오니 모든 산과 들과 물과 바람으로 봄은 우리 곁으로 온다.

갓 피어나 풀 섶에 수줍어 몸을 숨겨 아른아른한 너의 모습은 알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었고 너의 모습이 봄 햇살에 반짝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었지!

오늘 봄 햇살에 화사하게 빛나는 어여쁜 너를 만나니 이제야 꽃술 날리는 봄날 이 오려는 구나!

척박한 산기슭 언덕 위에 들풀 속에 엉켜있고 한적한 울타리 여기저기 지천으로 가지를 뻗어 잡초처럼 자라고 또 자라서 널찍한 이파리 사이에 커다랗게 피어나는 호박꽃도 꽃이냐?

당연히 꽃이고말고! 연노랑 꽃잎을 피워내고 소박한 얼굴로 호박을 머리에 이고 떡 하니 피워내다 아침이슬 스며들고 햇살 드는 데로 탐스러운 호박을 키워내고 시들어가는 호박꽃도 꽃이고말고!

눈에 뜨이고 예쁜 화단에 정성스러운 기운을 받아 어여삐 게 피어난 꽃들만 꽃인 줄 알았지!

그래 소박하고 풍성한 호박꽃 너도 꽃이고말고! 깨알 같이 피워낸 들꽃도 꽃이고말고!

세상에는 지천으로 흔해 보이거나 너무나 작아서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고 오래 보아야 아름다운 것들의 아름다움과 귀함을 안다.

산기슭 돌아들다 무심히 돌아서는 발길 아래도 봄날에는 풀꽃이 피어난다.

발걸음 옮길 때 딴척하지 말고 자세하게 바라보자! 봄 햇살에 노곤하게 말라있는 부드러운 흙을 밀치고 자라난 들풀을 바라보며 하찮은 너의 생명도 귀함을 알고 어여쁘다 귓속말하는 봄날이 아름답구나!

그래 너도 꽃이고말고!

봄날은 내 마음에 꽃눈을 내리며 길 위에서 또 그렇게 저물어 간다.

노지의 야생화가 온실의 화초보다 질긴 생명력으로 피어난다. 굴곡진 인생이 평탄한 삶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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