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신라의 독보적인 조형미를 간직한 곡성 태안사 적인선사탑이 국보로 승격된다. 국가유산청은 전남 곡성 태안사에 위치한 보물 「곡성 태안사 적인선사탑」을 국보로 지정할 것을 예고하며, 이 탑이 지닌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를 상세히 밝혔다.
곡성 태안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구례 화엄사의 말사로, 신라 경덕왕(742-765) 때 창건되었다. 당시 태안사는 대안사(大安寺)로 불렸으며, 이후 조선시대에 현재의 명칭인 태안사로 사용되었다. 이곳은 신라 말기 선종(禪宗)의 주요 흐름 중 하나인 동리산문(桐裏山門)의 중심지로, 적인선사 혜철(785-861)이 머물며 선종 문파를 형성한 불교사적 중요성이 크다.

이번에 국보로 지정 예고된 적인선사탑은 적인선사의 사리(舍利)를 봉안한 팔각원당형 부도탑으로, 통일신라 석조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부도탑은 통일신라 시대 불교 조각의 특징과 건축적 요소를 완벽히 조화시킨 작품으로, 전체적인 비례와 균형미, 조각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탑의 기단은 여러 석재를 짜 맞춘 가구식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하대석에는 각기 다른 형상의 사자상이 돋을새김으로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의 역할을 넘어 부도를 수호하는 신성한 존재로 해석된다. 탑신석은 목조건축의 특징을 석조로 재현한 작품이다. 기둥, 인방, 문비 등 목부재를 본뜬 조각은 그 섬세함이 마치 실제 목조건축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문비는 사리장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사천왕상은 우주의 사방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세밀하게 묘사되었다.

옥개석은 전통 한옥의 처마곡선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석재임에도 불구하고 곡선의 유려함과 구조적 안정감이 완벽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 당대 최고의 석공이 참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조각적 완성도와 기술적 정교함은 통일신라 시대 석조미술의 수준을 증명한다.
또한, 탑의 비문에는 적인선사의 시호와 탑의 건립 시기(861년)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이는 학술적으로 부도탑의 편년 기준작으로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탑 주변에는 네 개의 주초석이 남아 있는데, 이는 신라 시대 승탑 중 유일하게 예불을 위한 탑전(塔殿) 시설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흔적으로 평가된다. 탑전은 불탑을 보호하고 신도들이 예불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든 건축물로, 신라 불교 신앙의 구체적 사례를 제공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국보 승격 예고를 통해 태안사 적인선사탑의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를 약속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소유자, 관리자와 협력하여 이 문화유산이 후대에 잘 전승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적인선사탑은 통일신라 석조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넘어 신라 불교 문화의 깊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남을 것이다.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과 임플란트 재료와 치아 우식검사 건강보험 적용 대폭 확대 (2) | 2024.12.30 |
---|---|
광명·시흥에 6.7만 호 공급, 수도권 서남부 중심 신도시로 도약 (2) | 2024.12.30 |
근대기 도량형 '되'와 부산 범어사의 괘불도,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3) | 2024.12.30 |
뇌졸중 치명률 재상승, 심근경색증 감소세 둔화 (2) | 2024.12.30 |
글로벌 OTT 시장, 국내 플랫폼 진출 타깃 분석 (3) | 2024.12.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