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 - 박미애 사진작가
산속 바람이 가만히 스치고 지나간 자리, 작은 꽃이 고개를 내밀었다. 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시궁산, 바람꽃이 숲을 밝히고 있다.


바람꽃은 이른 봄, 낙엽이 채 사라지지 않은 땅을 뚫고 올라온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뎌낸 꽃이 가장 먼저 피어나 새로운 계절을 알린다.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그 어떤 꽃보다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다.


이름처럼 바람과 깊은 인연을 가진 바람꽃은 여러 설화를 품고 있다. 옛 이야기 속에서 바람꽃은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다 바람이 된 여인의 영혼이 꽃으로 변한 모습이라고 전해진다. 다른 전설에서는 산속을 떠도는 바람이 봄이 오면 꽃이 되어 사라지는 모습이라고도 한다. 이런 신비로운 이야기가 바람꽃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꽃말 역시 신비롭다. ‘기다림’과 ‘희망’, 그리고 ‘순수한 마음’을 의미한다. 앙상한 겨울나무 아래 피어난 하얀 꽃잎은 기다림의 끝에 피어난 희망처럼 보인다.


시궁산에서 만난 바람꽃은 특히 더 아름다웠다. 거친 낙엽들 사이에서 한 줄기 빛처럼 돋아난 모습이 경이로웠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가냘프게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모습은 마치 자연이 만든 작은 기적 같았다.


바람꽃은 오래 볼 수 없는 꽃이다. 꽃이 피고 열흘 남짓 지나면 잎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 짧은 순간 동안 숲을 밝혀주고 봄이 왔음을 알린다.


시궁산을 찾는다면 발아래 작은 바람꽃을 찾아보자. 자연이 건네는 봄의 인사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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