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년 만에 조선 왕들의 신주가 본래 자리로 돌아온다. 국보 종묘 정전이 5년간의 해체 보수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다. 오는 4월 20일, 창덕궁 구(舊)선원전에 임시 봉안되어 있던 조선 왕과 왕비, 대한제국 황제와 황후의 신위 49위가 종묘 정전으로 돌아가는 ‘환안제’가 거행된다.
이번 환안제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조선 왕조의 전통 의식을 155년 만에 복원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조선 시대 왕실에서는 왕이 승하한 뒤 삼년상이 끝난 후 신위를 종묘로 봉안하는 ‘고동가제(告動駕祭)’를 거행했고, 이후 신위를 모신 행렬이 종묘로 이동하는 과정인 ‘환안(還安)’을 진행했다. 이러한 절차는 종묘가 왕실의 정통성과 정신적 중심을 상징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종묘 정전은 조선 왕실의 가장 중요한 건축물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다. 그러나 2014년 특별 종합점검에서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발견되면서 보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목재 부재가 충해를 입었고, 건축 구조를 떠받치는 첨차(檐遮)와 보(樑)의 일부가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정밀 조사와 모니터링을 거친 후, 2019년 보수 설계를 마무리하고 2020년부터 본격적인 해체 보수 공사에 착수했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 종묘 정전에 봉안되어 있던 왕실 신위들은 안전한 보관을 위해 2021년 6월 창덕궁 구(舊)선원전으로 이안(移安)됐다. 이로써 5년간의 보수 기간 동안 종묘 정전은 텅 빈 상태로 남아 있었고, 그곳에서 다시 조선 왕조의 영혼이 깃드는 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보수를 마친 종묘 정전이 신위를 다시 맞이하게 된다.

4월 20일 환안제는 오전 11시 30분, 창덕궁 구(舊)선원전에서 ‘고동가제’를 올리며 시작된다. 이는 신위가 다시 종묘로 돌아갈 것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의례다. 이후 오후 2시, 왕실 신위를 모신 행렬이 창덕궁을 출발한다. 이 행렬은 전통 복식을 갖춰 입은 참가자들과 함께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 종각역을 거쳐 종묘 정전에 도착하는 긴 여정이다.
행렬이 지나가는 길목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통 공연이 준비된다. 광화문 월대 옆 잔디밭에서는 줄타기 공연과 탈춤이 펼쳐지며, 행렬을 따라가며 조선 왕조의 의례를 체험하는 시민 행렬단도 함께 이동하게 된다.
행렬이 종묘에 도착하면, 오후 6시 30분부터 신위를 맞이하는 ‘고유제(告由祭)’가 봉행된다. 이는 중요한 일을 마친 뒤 그 내용을 신명(神明)에게 알리는 의례로, 신위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조상들에게 보고하는 의미를 가진다. 고유제가 끝나는 오후 7시 10분부터는 종묘 정전의 준공을 기념하는 공식 행사가 진행된다.
이번 환안제는 단순한 문화재 복원 행사가 아니라, 조선 왕실의 역사적 의례를 시민과 함께 재현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환안 행렬에 참여할 시민 행렬단 200명과 종묘 정전 준공기념식에 참석할 관람객 250명을 모집한다. 참가 신청은 3월 31일 오후 2시부터 4월 6일 자정까지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누리집(royal.khs.go.kr)에서 가능하며, 당첨자는 4월 9일 오후 2시 이후 개별 안내 및 누리집 공지를 통해 발표된다.
시민 행렬단에 참여하는 이들은 제공되는 전통 의상을 입고, 조선 왕실 의례의 한 부분이 된다. 일반 성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다만 환안 행렬의 경우 2013년 4월 20일 이전 출생자(12세 이상)는 성인 보호자 동반 시 참여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역사적 복원뿐만 아니라, 종묘 정전의 문화적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고 조선 왕실의 정신적 중심지였던 이곳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전통의례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하며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155년 만에 되살아나는 조선 왕실의 의례, 그리고 5년 만에 제 모습을 되찾은 종묘 정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다시 한번 왕실의 숨결이 깃드는 순간이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진다.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루즈 여행 더 쉽게! 국내 출발 노선 5월부터 첫 운영… 제주 강정항 준모항 개설 (2) | 2025.03.31 |
---|---|
4월 달라지는 법 97개, 육아휴학 가능 연령 12세로 확대,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0) | 2025.03.31 |
5년 치 세금 환급? 수수료 없이 국세청 ‘원클릭' 한 번이면 끝! (0) | 2025.03.31 |
대서양 따뜻한 바닷물, 북극해 깊숙이 침투...북극 생태계 경고등 (0) | 2025.03.31 |
의열단 제4대 상임고문 이승언 회장 추대…독립운동 정신 계승 (0) | 2025.03.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