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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로드킬, AI로 미리 감지한다

by 이치저널 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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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의 한 국도, 가로질러 달리던 고라니 한 마리가 도로 옆 수풀로 사라졌다. 그 순간, 전방에 설치된 전광판이 반짝였다. “전방 150m 이내 야생 동물 출현”. 운전자는 즉각 속도를 줄였다. 사고는 없었다. 사람도, 동물도 무사했다.

이 장면은 ‘운’이 아닌, 인공지능 기술이 개입된 결과다. 환경부가 4월 9일부터 경기 양평과 강원 평창에 시범 도입한 ‘AI 동물 찻길 사고 예방 시스템’의 작동 결과다. 영상인식 인공지능과 라이다 센서가 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위험을 경고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른바 ‘스마트 로드킬 방지 시스템’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학습이다. 단순한 CCTV가 아니다. AI가 야생동물의 유형, 출현 시각, 이동 패턴 등을 딥러닝 방식으로 분석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고를 예측한다. 기존 단속 카메라와 달리 이 시스템은 상황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예방형 인프라’다.

환경부는 이번 시스템 도입을 위해 2023년 7월, 포스코DX,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과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DX는 시스템 개발과 설치를 맡았고, 국립공원공단과 국립생태원은 시범 구간을 선정하고 기술적 평가를 지원했다. 환경부는 전체 사업을 총괄하며 행정과 예산을 조율했다.

 

설치된 지역은 동물 출현 빈도가 높은 도로 구간이다. 양평군과 평창군의 각 1개 국도에 지난 3월 설치가 완료됐다. 시스템은 감지 즉시 전광판을 통해 경고 문구를 표출하는데, 운전자 시야에 명확하게 들어오는 150m 앞 위치에 설치됐다. 이 거리 설정은 차량의 제동 거리, 반응 시간을 감안해 정밀하게 계산된 것이다.

준공식은 4월 9일 양평군 청운면사무소 복지회관에서 열렸다. 환경부를 비롯해 포스코DX,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양평군청 관계자들뿐 아니라 청운면 주민 50여 명도 참석해 시스템 시연을 지켜봤다.

 

로드킬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운전자의 생명도 위협하는 ‘이중 리스크’다. 환경부에 따르면 야생동물과 차량 간 충돌은 연간 수천 건 이상 발생하며, 특히 고라니와 멧돼지가 관련된 사고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AI 기반 시스템은 단순한 기술 적용이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교통안전이라는 두 개의 축을 동시에 지키기 위한 시도다. 향후 2027년까지 강원 횡성, 전북 남원 등 추가 사고 다발 구간 3곳에도 동일한 시스템이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

 

김태오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이번 시스템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민관 협업으로 이뤄낸 새로운 보호 전략”이라며 “기업이 생물다양성 보전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모델로, 다양한 정책으로 확대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킬은 피할 수 없는 재난이 아니다. 기술은 이미 도로 위의 생명들을 지키고 있다. 과연 그 길을 따라갈 수 있을지, 이제는 운전자들의 반응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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