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묘, 조선의 왕과 왕비의 혼이 깃든 그곳에 여성의 발걸음이 다시 울린다. 바로 ‘묘현례(廟見禮)’. 조선시대 유일하게 여성이 참여한 종묘 의례이자, 왕비와 세자빈이 국혼 후 왕실의 신위에 예를 갖추던 상징적 전통이다. 이제 그 잊혀진 발걸음이 뮤지컬과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2025년 4월, 현대에 되살아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이 함께 주최하는 「2025년 종묘 묘현례」는 오는 4월 26일부터 5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종묘 일원에서 열린다. 단순한 전통 재현을 넘어, 조선 왕실 여성들의 삶과 의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이번 행사의 중심은 창작 뮤지컬 ‘묘현, 왕후의 기록’. 숙종의 왕비 인원왕후의 묘현례를 바탕으로 한 이 공연은 조선 궁중 의례를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다. 특히 인원왕후와 그녀의 부친 김주신의 관계를 중심으로, 궁중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한 여성이 왕후가 되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영녕전에서 4월 26일부터 30일까지 매일 두 차례(오후 1시, 4시) 공연되며, 회당 350명, 하루 700명의 관람이 가능하다.
청각 장애인과 외국인도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한국어·영어 자막이 지원되는 ‘지능형 안경’도 도입됐다. 정보 접근성은 물론, 관람의 몰입도 또한 높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예매는 티켓링크를 통해 4월 15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며, 사전 예약자 200명에게는 기념품도 제공된다.
공연 외에도 체험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정전 악공청에서는 조선 왕실 향 문화의 정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용향 만들기’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부용향은 조선시대 궁중 의례에 사용되던 향으로, 참가자들은 실제 향료를 섞고 빚으며 옛 조선의 궁중 향기를 손끝으로 느낄 수 있다. 하루 280명(사전예약 175명, 현장 접수 105명)까지 체험 가능하다.
영녕전 악공청에서는 세자와 세자빈의 전통 복식을 입고 사진을 찍는 체험도 마련된다. 궁중 대례복을 입고 종묘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은 평생 기억에 남을 특별한 경험이 된다. 이 체험은 별도 예약 없이 현장 접수로 가능하며, 선착순 200명에게는 인화된 사진도 즉석에서 제공된다.

‘묘현례’는 단순히 전통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조선시대 여성의 권위와 위치, 궁중 속 복합적 관계와 역할까지 들여다보게 하는 상징적 의례다. 조선의 여성은 단지 왕의 아내나 세자의 배필이 아니었다. 그들은 왕실의 의례를 완성하고, 가문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종묘 앞에 섰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 의미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관람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외 관람객 누구나 쉽게 국가유산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번 종묘 묘현례는 단순한 공연과 체험이 아니라, 왕실의 격조와 여성의 목소리를 역사 속에서 오늘로 끌어오는 귀중한 문화적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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