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없는 마을’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수도권 외곽과 농어촌에서는 간단한 진료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생협법 시행령 개정이라는 실질적 카드를 꺼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을 통해 인구 10만 명 이하의 시·군, 즉 의료 취약지대에서도 보다 쉽게 의료생협을 설립할 수 있도록 인가 기준을 대폭 낮췄다.
현재 의료기관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전국 의료기관의 54%, 의료인력의 51%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현실은 지방의 고령화와 맞물려 ‘의료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의료 사각지대의 핵심은 단순히 병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병원을 세울 수 있는 제도적 여지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의 ‘설립 기준 완화’다. 지금까지는 의료생협을 설립하려면 500명의 동의자와 1억 원 이상의 출자금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300명 이상의 동의자와 5천만 원 이상만 확보하면 의료생협을 세울 수 있다. 이 기준은 인구 10만 명 이하 기초지자체에 한정된다.

또한, 이미 설립된 의료생협이 같은 지역 내에서 추가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려 할 때도 같은 완화 기준이 적용된다. 조합원 500명, 출자금 1억 원이 아닌 조합원 300명, 출자금 5천만 원만으로 추가 의료기관 개설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이는 특히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군 단위 지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역 보건·의료서비스의 공급 확대’와 ‘의료접근성의 실질적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의료생협은 단순한 진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 내 지속 가능한 의료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인의 정착 유도, 지역 주민의 건강관리 체계 구축, 고령자·취약계층 대상 서비스 확대 등 다양한 파급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개정안은 2025년 4월 14일부터 5월 26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국민참여입법센터(http://opinion.lawmaking.go.kr)를 통해 누구나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우편과 팩스 접수도 병행된다. 공정위는 이해관계자와 관련 부처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후,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신속하게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기초의료는 생명이다. 병원이 없어 응급 상황에 구조받지 못하는 지역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의료 생협 설립 장벽을 낮추는 이번 조치는, 의료의 평등이라는 국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불안 잡는 농업치료, 정신건강 해법, 밭에서 찾다 (1) | 2025.04.17 |
---|---|
청소년부터 노년까지, 모두가 정책 설계자, ‘국민생각함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1) | 2025.04.14 |
‘묘현례’로 본 여성의 역사, 조선시대 유일의 종묘 의례 (2) | 2025.04.14 |
항암효과에 원기회복까지, ‘면역력’ 키워드로 뜨는 산마늘 (1) | 2025.04.14 |
사라지는 직업들, 떠오르는 직무들… 생존을 위한 전환 전략은? (1) | 2025.04.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