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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불안 잡는 농업치료, 정신건강 해법, 밭에서 찾다

by 이치저널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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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만지면 마음이 웃는다. 농업이 정신질환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병원 밖 텃밭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조현병과 우울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뚜렷한 치유 효과를 보여줬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2종이 실제 의료기관에서 검증을 거치며 약물 위주의 기존 치료를 보완할 수 있는 ‘비약물 치료법’으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은 우울감, 불안, 수면장애 등 전반적인 증상에서 의미 있는 호전을 보였다.

조현병 환자들에게 적용된 ‘긍정심리모형 프로그램’은 식물 재배와 관리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몰입과 자기 회복력을 끌어냈다. 현실 인식과 판단 능력이 왜곡되는 조현병은 망상, 환각, 무의욕, 사회적 위축 등 복합적인 증상을 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음성증상과 일반정신병리증상에 효과적이었다. 병원 치료만 받은 집단과 비교해 음성증상은 10% 감소, 일반정신병리증상은 23% 감소했다. 양성증상, 음성증상 모두 13%가 줄고, 심장 안정도와 자율신경 활성도는 각각 12%, 13% 향상됐다.

 

 

한편, 우울 고위험군을 위한 ‘인지행동전략 프로그램’은 식물의 파종부터 수확 후 활용까지 전 생애주기를 환자의 삶과 연결시켰다. 왜곡된 사고를 전환하도록 유도한 결과, 우울감이 30%나 감소했다. 상대적 세타파(RT)는 29% 증가하며 감정 안정과 내면 성찰 능력이 높아졌고, 알파파(RA) 또한 18% 늘어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보였다.

 

이 실증은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전북 마음사랑병원, 신세계병원에서 총 170여 명의 입원·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참가자들은 기존 치료만 받는 집단과, 기존 치료에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주 1회 10~12회 병행한 집단으로 나뉘었다. 치료는 정신건강 전문요원의 입회 하에 진행됐고, 실제 의료수가도 청구되면서 제도적 적용 가능성까지 확인됐다.

특히 의료수가는 ‘작업 및 오락요법’, ‘지지 표현적 집단정신치료’ 항목으로 청구되어 치유농업이 단순한 실험을 넘어 현실적인 대안임을 보여줬다. 이 같은 현장 적용은 정신건강의학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건학 전북 마음사랑병원 전문의는 “환자들이 익숙한 병원 환경 안에서 직접 식물을 만지고 가꾸면서 심리적으로 빠르게 반응했다. 치유농업은 접근성과 안전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의료기관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환자들.(제공=농촌진흥청)

 

농진청은 전북특별자치도 내 정신건강 증진기관 9곳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전국 4개 권역, 10곳의 정신건강기관과 8개 치유농업 시설이 연계한 실용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 협력모형이 전국 정신의료기관으로 확산될 경우, 2028년까지 약 23만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치유농업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국민 정신건강의 비약물 치료법이 될 수 있다”며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산업화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업이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삶의 질과 마음 건강을 회복시키는 시대. 치유농업은 이제, 정신건강 회복의 새로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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