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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산사의 새벽 종소리, 백련사

by 이치저널 2022.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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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연 doyeonlee3@navet.com

 

 

종이 얼마나 커다란 아픔으로 울어야 더욱 먼 세상까지 도(道)의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까?
마음을 비우면 비운 만큼 행복이 자리한다

 

 

 

 

산사의 새벽 종소리.

고적한 산사에 파란 여명과 함께 한 줌의 실낱같은 바람에 실려 온 종소리가 암자를 돌아 흐르고 처마를 감돌아 골과 골 사이를 흐르다 계곡의 돌 틈 이끼 속으로 스며든다.

울림의 소리는 산사의 골짜기를 건너고 구름 사이로 새로 태어난 아침의 한 줄기 빛을 막 비추기 시작한 산등성이 너머로 어둠의 적막을 흔들며 고요의 아침을 깨운다.

종소리의 울림이 새벽어둠을 타고 가늘게 떨리며 소리의 명맥을 이어 퍼지는 소리의 질감은 아련했다.

쿵우~웅 종의 울음소리는 묵직했으며 묵직함은 원거리를 향하고 맑은소리는 묵직한 소리 위에서 아래로 감돌며 청아한 새벽 속으로 퍼져나갔다.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작가

 

새벽안개가 산사를 감돌아 계곡을 흐르고 푸른 이파리가 하늘을 가려 소담하게 매달려 있는 감나무 가지 사이로 하얀 안개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면 종소리는 더욱더 맑아진다.

마음속 깊은 심연에서 울려 퍼지는 산사의 종소리는 귀보다 가슴을 먼저 울리고 종소리의 파동이 끊어질 듯 이어질수록 소리가 보이고 만져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종소리가 울리면 종 앞에 서 있는 나그네의 합장을 한 가슴으로부터 먼저 피어나와 심금을 울리며 용마루 추녀 밑 풍경을 흔들어 은은하고 섬세하게 퍼져 나가 골짜기 너머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울림의 본질은 소리 없이 소멸했다.

산사에 적막을 헤치고 퍼져나가는 종소리는 무엇을 알리고 싶은 소리일까?

산사에 잠들어 있는 비구승의 구도를 갈구하는 마음을 뒤흔드는 번뇌의 파편들을 떨쳐내려는 소리인가?

곤한 단잠을 깨워 수행의 괴로움과 마주해야 하는 고통의 시작을 알리는 아픔의 소리일지도 모른다.

불가에서 이야기하는 번뇌의 소리!

종이 얼마나 커다란 아픔으로 울어야 더욱 먼 세상까지 번뇌라는 화두를 떨쳐 버릴 수 있도록 도(道)의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까?

고즈넉한 산사에서 울려 나오는 묵직한 종소리는 새벽안개를 깨우고 계곡의 물결을 깨워 흔들어 흐르게 한다.

산중을 흔들어 울리는 종소리는 자연의 풀과 나무에 녹아들어 소리가 소멸하는 마지막 순간에 간결하게 떨리다가 아스라한 마침표를 찍는 순간 아득한 여운으로 사라질 때까지 진한 감동을 준다.

서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위안의 소리가 되고 기쁨이 가득한 사람에게는 환희의 종소리가 되어주며 삶의 아픔을 겪는 사람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울림의 소리는 모두에게 새로운 세상에 구원의 소리가 되었다.

道를 갈구하고 깨달음으로 향하는 비구승의 간절한 마음으로 고요한 울림소리는 멀리멀리 퍼져 나아간다.

종의 울림이 크고 아플수록 종소리는 더욱더 맑고 청아하게 먼 곳까지 소리를 전달하고 나그네의 이성은 푸른 새벽의 여명처럼 차갑고 감성은 고요한 숲길을 걷는다.

마음의 집착이 커지면 걱정도 배가 되고 욕심이 커지면 근심도 함께 무거워지며 마음을 비우면 비운 만큼 행복이 자리해 편안해진다.

오늘도 맑은 웃음으로 하루를 맞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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