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설.창조/최문섭의나도빌딩주인이될수있다

기차역에 내려 바로 스키를 탈 수 있다면 - 알프스 스키장과 미시령

by 이치저널 2021. 12. 16.
반응형

 

 

 최문섭 0112411199@naver.com

 

 

설악산 뒤쪽을 세계 최고 관광지로 만들 기회가 왔다

 

 

 

 

 

30년 전 일이다.  타본적도 없는 스키를 300만 원 들여 풀세트로 샀다. 알프스 스키장이다. 나는 젊은 날 성공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탈 수도 없는 스키를 타고 초보자 코스를 수십 번 오르내렸다. 다리만 부러지지 않았지, 몸은 병신이 됐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난 스키를 다시 타지 않았다. 스키장에서 보낸 내 시간은 나의 인생에서 모두 허사였다. 스키 장비값과 먹고 논 비용은 집 한 채를 날렸다.

그때 그 돈으로 아파트를 살껄...... 아깝다!  스키장 주인은 알프스에서 스키를 배워 왔다고 서울 바닥에 소문이 자자 했다. 온 가족이 스키 선수라고 소문이 났다.

 

 

올해 겨울도 눈이 온다.

30년 만에 내가 환갑이 넘어 그 스키장을 다시 찾았다. 내가 놀던 그 자리는 도대체 어느 구석인지 보이지 않고 잡초만 무성하고, 스키장 숙소들은 폐허가 됐다. 여기가 북한도 아니고, 대한민국 설악산 뒤에 비무장지대가 보인다. 그 흔해빠진 진도개 한 마리만 컹컹대며 짖는다.

 

 

 

 

이곳이 현재 알프스 스키장 모습이다. 그 당시 난 잘 몰랐지만, 스키장이 너무 멀었고, 스키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처럼 초보자가  대부분이였다. 그날 이후 스키장은 전국에 열 군데가 넘게 생겼다. 그리고 이 스키장은 이름도 없이 사라졌다. 가장 심각한 것은 건축 자체가 잘못됐다. 그곳엔 목수만 모였지, 건축가는 없었다. 설계도면도 주먹구구, 공사도 주먹구구 모든 것이 엉터리였다. 결국 다른 스키장에 밀리고 손님도 흩어지고 이 스키장은 문 닫은 지 10년이 넘었다. 수십만 평 땅에 쏟아부은 건축비는 액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여기는 설악산 뒤쪽이다. 바다도 안보이고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첩첩 산골이다. 비슷한 시기 설악산 앞에선 명성 콘도가 지어졌고, 아직도 콘도 주변에 펜션 마을이 생기고, 대형 콘도 업체가 들어선다. 결국은 바다가 보이는 앞 설악산은 지금도 성업 중이다.

콘도 업계에서 살아남은 건 대명 콘도뿐이다. 엊그제도 대명콘도는 델피노란 이름으로 다시 오픈했다. 그 뒤로 미시령 터널이 뚫리고 자동자는 홍수처럼 늘어났는데 이곳 알프스 스키장은 전쟁터가 남긴 흔적으로 남아있다. 저 많은 건물을 다시 리모델링하기도 어렵고, 허물기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부동산 개발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디벨로퍼는 전문가가 해야 한다.  저 많은 시설이 폐기물이 되어, 아직도 버티고 있다. 수천 명의 실업자가 알프스 스키장을 원망했다.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실패한 부동산은 치유될 수 없다. 마치 풍선을 끝까지 불어 터져 버린 것과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강원도에 있는 휘닉스 파크나 성호리조트, 용평 리조트 포함 대기업이다. 대기업들의 어마어마한 자본과 기획력이 알프스를 문 닫게 하고 말았다. 지금은 알프스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의 흔적을 볼 수가 없다. 속초에서 미시령으로 터널이 개통되어 알프스를 단숨에 넘어갈 수 있다.  20분 거리다!

2021년 지금쯤 개업했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앞서갔다. 모든 준비가 부족해, 실패로 돌아간 알프스 스키장이다. 사실 처음부터 미시령이란 좋은 이름을 두고 알프스로 정한 것이 잘못이다. 스키장이 망했으면 이름이라도 남아야 했는데 지형과 아무 상관 없는 알프스 이름이 더 빨리 잊혔다. 지금이라도 미시령이라 이름을 바꿔 다시 살려야 한다. 뼈대라도 남아있을 때, 활용해 리모델링하고, 제대로 된 건축설계와 디자인을 접목해 강원도의 사계절 관광지로 만들어야 한다.

 

 

 

 

속초까지 고속도로가 개통돼 있고, 춘천과 속초 간 고속전철도 공사가 시작된다. 다시 미시령 역이 생기고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건물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현재 땅 주인이 누구인지 땅 가치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장소는 스키장으로 최고의 명소다. 지나간 일은 과거이고, 대기업에서 참여하던지 강원도 도시개발공사에서 직영 하던지 이곳을 다시 살려야 한다. 왜 설악산은 세계 명산이면서, 뒷면을 죽이고 있는가!

설악산은 한계령과 미시령 싸움이다. 미시령으로 여행 왔다가 동해안을 한 바퀴 돌아 한계령으로 넘어가는 것이 여행의 정 코스이다. 설악산 앞은 세계 최대관광지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설악산 뒤쪽은 개발의 희망이 안 보인다. 허접한 난개발로 갈수록 폐허만 생긴다. 수십 년간 방치해 두느니, 국가나 강원도에서 개발을 다시 해야 한다. 결국 알프스 스키장에서 남긴 쓰라린 경험을 살려, 춘천 속초 KTX가 개발될 때 이곳도 신도시로 개발하자!  현재는 강원도의 최고 청정지역이다.

다른 지역 스키장도 수요자가 옛날 같지 않다. 차라리 망해버린 스키장이 신도시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무리 건물이 크고 많아도 지금은 땅값만 주면 모조리 인수할 수 있다. 강원도는 알프스 진부령을 해결하지 않고, 계속 방치한다면 관광수요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KTX 개통 소식이 전해지자 진부령을 포함 속초, 고성, 인재, 양구의 땅값이 폭등하고 있다. 이 험한 산골짝 북쪽 산골에 역사가 바뀌고 있다. 앞서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행착오가 없는 부동산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현장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 강원도 춘천과 속초 철길은 뜨고 있다. 설악산 뒷면을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만들 기회가 왔다.

 

 

나는 스위스에 갔을 때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기차역에서 내려, 바로 스키를 타고 산을 내려가는 청년을 보며, 우리도 과연 이런 시대가 올까 생각했었다. 미시령에 역을 만들어 스키를 탈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스키는 자동차 지붕에 매달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기차역에 내려 바로 스키를 탈 수 있는 곳만 살아남는다. 나는 꼭 그런 풍경을 미시령에서 보고 싶다.

그럼 난 다시 스키에 도전 할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