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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62

서해 바다에 세월을 묻다 이도연 doyeonlee3@navet.com 표독하고 이기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의 주름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웃는 얼굴과 인자하게 살아온 사람의 주름은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썰물에 밀려 텅 비어버린 서쪽 바다는 길고 아득하게 갯벌이 펼쳐져 있다. 바다를 밀어내 버린 갯벌 위로 수많은 생명의 숨구멍이 뚫려 있다. 갯지렁이 스멀대는 구멍이 있고, 수 없는 구멍들 주변에는 게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잘 훈련된 병정 같다. 갯벌 위 게들의 움직임은 처연하고 자유롭다. 이방인의 발소리가 그들을 위협하기 전까지는 한가로이 갯벌 위를 유유자적하는 포식자로 군림한다. 무심코 걸음을 옮기던 발걸음 앞에 놀란 그들의 평화는 순식간에 저들만의 약속된 구멍으로 쏜살같이 사라진다. 서해의 강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갯벌 위의 철새.. 2021. 7. 29.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이도연 doyeonlee3@navet.com 각자 영혼의 소리가 존재하는 그리움의 밤바다 바다를 바라보다 바다에 취해 술을 마셨다. 바다는 언제나 추억을 준비하고 있었고 또 다른 과거를 만들어 내고 있었으며 바다는 언제나 과거형이다. 파도 소리와 함께 밀려온 술잔 위에 붉은 달이 떠 있어 술잔에 비친 얼굴도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알싸한 바람이 비릿한 바다를 따라 옷깃 사이로 빠르게 스쳐 지나갈 때면 붉은 달빛이 길을 낸 해안선이 파도에 반짝이며 바다 위로도 길을 만들어 놓았고 육지와 바다의 경계를 따라 휘적휘적 두 팔을 흔들며 나아간다. 정해놓은 길도 아니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달빛은 점점 붉어지고 붉어진 얼굴이 이제는 가슴으로 내려와 온몸은 이미 붉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차라리 붉은 달.. 2021.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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