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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62

낭만의 여수 - 그곳에 가고 싶다[1] 이도연 doyeonlee3@navet.com 섬과 섬 사이 하늘에는 케이블카를 연결하여 사람도 하늘에 둥지를 틀어 나는 새가 되었다. 길게 이어진 철로를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ktx 산천의 꼬리가 부드럽게 승강장을 빠져나간다. 여행의 시작은 아침 햇살처럼 투명하게 시간을 이어가고 열차의 승차감은 부드럽고 순하며 가볍다. 푸르른 하늘의 맑고 파란 창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겨울의 앞마당을 닮았다. 구름의 형상이 아침 마당에 비질을 한 듯 쓸어 모아 하늘 여기저기 쌓아 놓았고 때로는 정갈하고 깔끔한 순백의 화선지가 되어 다양한 문양의 그림이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눈앞에 보이는 넓은 들판 사이에 올망졸망하게 자리를 잡은 산들은 낮게 들판에 엎드려 논과 밭을 가로지르며 길게 이어지다 서서히 산세.. 2022. 10. 3.
서해의 바다에 세월을 묻다 이도연 doyeonlee3@navet.com 사람의 인생에도 희망과 절망의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간직한 주름이라는 훈장이 있다 썰물에 밀려 텅 비어버린 서쪽 바다는 길고 아득하게 갯벌이 펼쳐져 있다. 바다를 밀어내 버린 갯벌 위로 수많은 생명의 숨구멍이 뚫려있다. 갯지렁이 스멀대는 구멍이 있고 수 없는 구멍들 주변에는 게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 이 잘 훈련된 병정 같다. 갯벌 위에 게들의 움직임은 처연하고 자유롭다. 이방인의 발소리가 그들을 위협하기 전까지는 한가로이 갯벌 위를 유유자적하는 포식자로 군림한다. 무심코 걸음을 옮기던 발걸음 앞에 놀란 그들의 평화는 순식간에 저들만의 약속된 구멍으로 쏜살같이 사라진다. 서해의 강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벌 위의 철새들은 갯벌과 모래와 바닷물을 휘적셔 삼키고 걸.. 2022. 10. 1.
"거진항", 아버지의 바다! 이도연 doyeonlee3@navet.com 세월의 시간을 수없이 밀고 밀려오는 파도의 숫자만큼 헤아리다 좌초한 기억은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물거품 속에서 한 줌 빛으로 사그라져 소멸하며 가엽게 반짝인다. 바다는 항상 그곳에 있었고 꿈꾸는 나는 바다의 그림자에 기대여 언제나 그곳을 동경하고 있었다. 세월의 시간을 수없이 밀고 밀려오는 파도의 숫자만큼 헤아리다 좌초한 기억은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물거품 속에서 한 줌 빛으로 사그라져 소멸하며 가엽게 반짝인다. 세찬 바람에 물거품이 일어서고 바다는 심술을 부리며 뭍으로 바다로 파도를 세차게 몰아세운다. 늙은 어부는 소금에 절어 거칠어진 어망의 밧줄을 바싹 잡아당기며 까맣게 열려 있는 수평선 너머의 거친 파도 속으로 시선이 고정되어 있고 마음은 벌써 펄떡이.. 2022. 9. 30.
영혼의 소리가 존재하는 그리움의 바다 이도연 doyeonlee3@navet.com 사람의 마음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 바다를 바라보다 바다에 취해 술을 마셨다. 바다는 언제나 추억을 준비하고 있었고 또 다른 과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바다는 언제나 그렇게 과거형이다. 파도 소리와 함께 밀려온 술잔 위에 붉은 달이 흔들린다. 술잔에 비친 얼굴도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알싸한 바람이 비릿한 바다를 따라 옷깃 사이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붉은 달빛이 길을 낸 해안선이 파도에 반짝이며 바다 위로도 길을 만들어 놓았다. 육지와 바다의 경계를 따라 휘적휘적 두 팔을 흔들며 나아간다. 정해 놓은 길도 아니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달빛은 점점 붉어지면 불콰한 얼굴이 이제는 가슴으로 내려와 온몸은 이미 붉게 타 들어 가고 있었다. 차라리 .. 2022. 9. 30.
여섯 시간마다 얼굴을 바꾸어가는 간월도(看月島) 바다 이도연 doyeonlee3@navet.com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그리움이고 희망이다 드넓은 간척지는 아득하게 지평선을 이루며 펼쳐져 있어 시작과 끝의 모습을 볼 수 없었으며 황톳빛 벌판에서는 낮게 깔린 들풀의 뿌리에서 시작한 쪽빛 실바람이 푸르른 초목 끝에서 울음 우는 소리를 내며 간헐적으로 불어온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방조제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구획하며 끝없이 자라난 전설 속 뱀의 허리처럼 길게 갈라놓았다. 바다는 넓고 풍만하게 자신을 부풀려 내륙으로 밀려오다 잦아들고 섬은 바다를 흐르다 내륙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다시 바다가 되기도 한다. 넘실대는 바다는 썰물로 밀려나가 뭍이 되었고 밀물로 달려와 섬을 감싸 돌며 간월도가 되었다. 간월의 바다는 여섯 시간마다 밀물과 썰물의 얼굴을 바꾸어가며 물.. 2022. 9. 2.
꿈꾸는 장호항 이도연 doyeonlee3@navet.com 바다는 말없이 모든 것을 수용하고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출렁인다 우울할 때, 행복할 때, 즐거울 때, 마음의 거울 같은 얼굴로 바다는 사람을 반긴다 검푸른 원양의 바다를 질주하던 바람은 장호항 해변의 백사장으로 스며들었고 항구에 정박한 어선의 깃발을 스쳐 지나간 바람은 내륙의 산등성이를 넘어 대관령 푸른 산맥이나 미시령의 계곡 속에서 소멸했다. 철시한 항구는 침묵하는 얼굴로 고요하고 썰렁했으며 빨간 등대를 머리처럼 받치고 있는 방파제 넘어 바다는 소용돌이치는 무한의 에너지를 해수면 아래 깊이 간직한 채 잔잔한 물결로 일렁이고 있다. 항구에 모여 있는 어선들은 모두 등대의 품안에 자식들이다. 등대의 신호에 따라서 오가는 등대의 자식들인 고기잡이배들은 서로 .. 2022. 9. 2.
못다 이룬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해신당 공원 이도연 doyeonlee3@navet.com 바다는 사랑의 전설을 고이 접어 파도에 실어 먼 바다로 날려 보내고 해풍은 살랑살랑 불어와 가슴을 시원하게 적신다 장호항에서 십 분 정도 해안 도로를 끼고 달리니 넓은 주차장이 보인다. 비교적 늦은 오후 시간임에도 승용차와 관광버스로 제법 북적거린다.높고 긴 방파제가 주차장 우측을 막고 있으며 정면으로 해신당 공원이라는 아트형 표지판이 보이고 바로 밑에 검문하듯 검표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입장권을 사서 초입부터 가파른 언덕에 올라서니 검푸른 해안선이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주변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기암괴석의 형태를 이룬 암초들이 해안가에 늘어선 해송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절경을 이루고 공원 입구부터 성(性)을 상징하는 상징물들을 묘한 형상으로 조각하여 .. 2022. 9. 2.
달빛 자리 월류봉(月留峰) 이도연 doyeonlee3@navet.com 봉우리 위에 둥실 걸려있는 달빛은 수줍은 물빛으로 빛나니 그 자체가 한 폭의 수묵화 띠리리~~~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잠든 시간이라고 자만하던 휴대전화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울리고 힘겨운 하루를 재촉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로 휴대전화는 자랑스럽고 요란스럽게 모닝콜을 하며 주인의 단잠 속으로 끼어든다. 어제 늦은 저녁에 마신 커피 탓인지 밤새워 뒤척이며 잠이 안 오던 차에 잠시 깜빡 잠든다 싶었으나 조용한 정적을 흔들며 아침 여명에 깜짝 놀라 아침을 열자니 요란스럽고 수다스러운 그 녀석의 존재감을 느끼면서 하루를 일으켜 세운다. 새벽 04:30분 기상 06:00까지 역에서 충북 영동 월류봉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파랗게 날이 서 있는 푸른 새벽에 .. 2022. 7. 4.
산사의 새벽 종소리, 백련사 이도연 doyeonlee3@navet.com 종이 얼마나 커다란 아픔으로 울어야 더욱 먼 세상까지 도(道)의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까? 마음을 비우면 비운 만큼 행복이 자리한다 산사의 새벽 종소리. 고적한 산사에 파란 여명과 함께 한 줌의 실낱같은 바람에 실려 온 종소리가 암자를 돌아 흐르고 처마를 감돌아 골과 골 사이를 흐르다 계곡의 돌 틈 이끼 속으로 스며든다. 울림의 소리는 산사의 골짜기를 건너고 구름 사이로 새로 태어난 아침의 한 줄기 빛을 막 비추기 시작한 산등성이 너머로 어둠의 적막을 흔들며 고요의 아침을 깨운다. 종소리의 울림이 새벽어둠을 타고 가늘게 떨리며 소리의 명맥을 이어 퍼지는 소리의 질감은 아련했다. 쿵우~웅 종의 울음소리는 묵직했으며 묵직함은 원거리를 향하고 맑은소리는 묵직한 소리.. 2022. 7. 4.
소리의 바다를 듣는다 - 죽녹원 ​ ​ 이도연doyeonlee3@navet.com ​​ ​ ​ ​​ 죽녹원 초록 대나무들은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를 모르는가보다 일직선으로 획을 그르며 곱게 뻗어 올라간 대숲에서는 선비의 고고한 절개가 느껴진다. 곱게 뻗어 올린 직선이 때로는 죽창이 되기도 하고 활과 화살이 되어 생과 사의 갈림길을 갈랐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숲에 가면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슬픈 울음소리가 바람 속에 잠겨 있다.​ 울음 끝에 매달린 많은 사연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을 터이지만 그래도 대나무는 스스로 악기가 되어 깊은 공명의 울림으로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사람들의 손때 묻은 살림 도구가 되기도 하며 한겨울 북풍한설을 막아주는 훌륭한 방풍림이 되었다. 숲의 지평 위로 대순이 나오는가 싶으면 어느 사이 쑥쑥 자라나 마디를.. 2022.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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