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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62

끊어질 듯 이어지고 굽이쳐 돌아 흐르는 섬진강 500리길 이도연 섬진강을 바라보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우수에 찬 사슴의 눈망울을 닮아간다. 새벽의 찬 공기 속을 가르며 질주하는 차량의 불빛은 유성처럼 긴 여운의 꼬리를 물고 졸음에 겨운 시야를 스치다 사라진다. 계집아이의 수줍어 발그레한 볼연지 닮은 새봄이 꽃바람 나풀거리는 치마폭 바람이 따라 오기도 전에 성급한 마음에 다가오는 봄을 찾아 섬진강 물결 따라 달려간다. 진메 마을 당산나무는 강물 끝까지 닿아 있는 커다란 그림자로 나그네를 반기고 김용택 섬진강 시인의 마을은 고즈넉하고 평화로우며 시인의 음성은 낮고 소박했다. 섬진강의 봄은 상상으로 다가와 이미 아련하고 포근한 어머니의 가슴처럼 부드럽다. 진안고원 팔공산 자락의 옥녀봉 아래 데미샘의 깊고 맑은 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옥녀의 섬섬옥수 여린 처녀의 손끝.. 2023. 5. 19.
도화야 봄 마중 가자! 이도연 따사로운 봄볕이 보송보송 쏟아지던 봄날 겨우내 얼어붙은 거친 등걸 속살에서 보드라운 꽃 입술 열어 복사꽃 피어난 도원의 산비탈은 꽃 멀미가 한창이다 복사꽃 향기 은은하여라 춘몽에 취해 거닐면 무릉도원 이상향 은밀한 숨결에 취해 복사꽃 발그레 연분홍 춘심이 그렁그렁 마음이 들떠 봄 처녀 치맛자락 끝에는 바람이 분다 마을 앞 실개천에 눈 녹아 흐르는 물소리 조잘조잘 봄 햇살 물비늘 반짝여 봄볕 아지랑이 더없이 따스한 기운으로 겨우내 잠들던 진한 흙냄새 보듬고 씨앗 풀풀 날리는 바람 저편 봄 마중 가자. 2023. 5. 12.
대청호를 품에 안고 구룡산을 오르다 이도연 세상의 모든 어렵고 무거운 것들을 돌탑 위에 내려놓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가 있는 지혜를 구하기 위한 정성스럽고 간절한 마음으로 돌탑을 쌓는다 청주 시내를 빠져나와 덕유리 방향으로 접어들자 높은 준령들 사이로 깊은 계곡이 보이고 계곡의 끝자락에서 눈이 시리도록 푸른 대청호의 물빛과 만난다.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 햇살이 부서지면 호수는 물비늘을 빛으로 튕겨내고 있다 새파란 물 위로 봄바람을 타고 꽃잎이 떨어지고 푸른 하늘의 구름은 대청호로 내려앉아 한가로이 흘러가니 봄 사랑 가득한 연초록의 연정이 호수에 젖어 나뭇잎 배를 띄워 나른한 사월의 봄날이 아름답게 흘러간다. 대청호를 가로질러 대청댐의 거대한 수문을 바라보며 감탄을 하며 걷는 사이에 어느덧 구룡산 현암사 입구에서 산행 .. 2023. 4. 28.
길은 사람을 버리고 사람은 길을 버렸다. 이도연 누구나 도착해야 하는 마지막 길은 같은 곳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길은 사람의 혈관처럼 온 세상으로 열려 있다. 길은 사람의 길뿐이 아니라 숲속에는 동물과 곤충과 새들의 길이 있다. 질척한 갯벌에도 썰물과 밀물이 들고 나는 길이 있고 그 물 위에 길을 내어 바다를 항해하는 뱃길이 난다. 하늘에는 바람의 길이 있고 더 높은 곳에는 바람의 기류가 있어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항로가 된다. 모든 길들은 모두가 온순하게 나아 있다 자연의 위엄을 거스르지 않고 길이 난다. 산골자기의 길들은 산맥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흘러내리듯 길을 내고 산비탈 옆 밭고랑은 산허리의 둘레를 따라 줄지어 봄날 아지랑이처럼 고물고물 유순하게 이어져 있다. 강가를 따라 나아 있는 길들은 물길을 거스르지 않으며 그길 따라 이어진 .. 2023. 4. 21.
홍천, 산골 마을의 밤 이도연 산골 마을의 밤이 깊어 간다. 건너편 외양간에서 어미에게서 젖을 떼기 위해 격리해 놓은 송아지의 울음소리가 밤하늘에 애처로이 울려 퍼지고 어미 소의 울음소리는 애간장이 끊어 질듯 간헐적으로 이어진다. 해가 잠시 존재감을 드러내다 사라져버린 산중의 어둠은 칠흑 같은 적막에 달빛마저도 빛을 잃어 희미하다. 오늘따라 바람이 골짜기를 타고 오르며 심술을 부려 농가의 비닐하우스의 갈비뼈를 심하게 흔들어 요란한 울음을 울며 지나간다. 비닐하우스의 열린 틈으로 수없이 많은 시간이 생성하고 침몰하며 아침을 깨우고 좁은 창으로 스치는 수없이 많은 바람의 형상을 한 햇살과 비와 구름이 지나가고 밤에는 별과 달이 번갈아 빛으로 쏟아져 내리며 산골 마을의 나날들이 흘러가는가 싶다. 어둠 속 멀리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 2023. 4. 14.
눈부신 태양의 빛을 빨아들인 진달래꽃 눈망울을 틔워낸 원미산 이도연 꽃의 화려함보다 꽃의 향기를 오래 기억하자! 부천시에 자리한 원미산의 167M의 작은 봉우리의 능선들은 겨우내 마른 장작같이 버석하고 바싹 마른 나뭇가지들로 무성했다. 산은 낮고 능선은 부드러웠으며 계곡은 무디고 나지막했다. 봄으로 막 깨어나기 시작하는 겨울은 비루하고 마른 도심 속의 조그만 야산으로 등산객의 발길을 부르는 평범한 산이었으나 갈잎 바람 뒹구는 삭막한 겨울을 지나 초록의 수분으로 촉촉이 젖어가는 4월의 원미산은 수많은 사람의 발길로 분주했고 진홍색과 연홍색의 빛깔로 붉게 물들어가며 산의 중턱에 이르러 절정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원미산의 봄은 소리 없이 다가와 4월의 어느 날 따사로운 햇살로 다시 태어났다. 생동하는 봄의 기운이 칙칙한 숲에 생기를 불어넣어 숲은 초록으로 술렁이다 겨울.. 2023. 4. 7.
여행자의 길 이도연 시간 속에 길이 존재하고 길속에 시간이 존재한다 여행자 앞에 펼쳐진 무한의 길들이 갈래갈래 이어지고 펼쳐진다 길 위에 시간이 흐르고 길은 시간 속으로 걸어가며 시공의 순간들이 무한의 길로 안내하면 새로운 길들은 또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두드린다 숲의 길에서 꽃을 만나고 시내가 흐르는 물길 위에서 강을 만나기도 하고 발끝에서 굴뚝에 피어나는 꽃구름 흐르는 작은 촌락의 향기를 만나기도 한다 걸어야 할 길 위에 길이 펼쳐지면 여행자의 발길은 시간 속에서 행복하고 길 위에서 자유롭다. 2023. 3. 31.
일등의 가치는 이등이 있고 꼴등이 있기에 존재 이도연 잘났거나 못났거나 공존의 울타리 안에 함께 있을 때 부족함으로 넉넉함의 가치가 빛나는 것 초록의 봄이 춘삼월의 봄바람을 타고 밀려옵니다. 남도에서 불어오는 매화의 향기가 산허리를 감돌아 하루가 다르게 경쟁하듯 들녘에 꽃 소식을 전하며 계절의 변화와 봄들의 향연을 펼칩니다. 들판의 봄은 서로를 위안하며 겨울 속의 긴 잠에서 깨어난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듯 생명력을 느끼며 대지 위에서 새로운 창조물로 깨어납니다. 수확이 끝나고 겨우내 버려져 있던 동토의 땅에 새로운 세상이 움트는 경이로움 앞에 눈물이 납니다. 가녀리고 어린 새싹이 눈 속에서 떨고 있다 질긴 생명력으로 생명의 존엄을 들어내는 엷은 노랑 복수초처럼 우리는 살아 있으매 감사하며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살아야 합니다. 들풀도 나무도 자연의 흐름.. 2023. 3. 24.
무엇을 많이 먹으면 죽을까요? 운을 뒤집어 읽으면 공이 되듯이 운이라는 것 자체도 노력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무장애 나눔 길을 오르다 중간 정도에서 산허리를 돌아드는 반대쪽 오솔길로 길을 잡는다. 산 정상을 중심에서 북쪽 방향 오솔길을 돌다 보면 일정한 간격마다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명언이 쓰여 있는 팻말을 볼 수가 있다. 이해인 수녀님의 예쁜 시가 쓰여 있다. “예쁜 생각 한 번씩 할 적마다 예쁜 꽃잎이 하나씩 돋아난다지.”발걸음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면서 걸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노먼 빈센트 명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NO라는 부정의 의미를 거꾸로 읽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긍정의 ON이 된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부정을 만나고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불신의 시.. 2023. 3. 17.
벗에게 ⓒ박미애 그래 친구야 너무 바쁘게 살지 말자 세월이 더디 가도록 천천히 살아가세 게으름뱅이처럼 천천히 걸어가자 누가 따라오지 않더라도 가끔은 뒤도 돌아보며 걸어보자 쉬엄쉬엄 살면서 세월도 한번 느껴보고 산 넘어 부는 바람에 땀도 식혀 가며 가는 세월 천천히 즐겨도 보세 그리 오래 남지 않은 세월 차곡차곡 아껴가며 알차게 살아 보자 팔월의 된 더위도 아쉬워할 날이 올 테니 더위도 사랑하고 동지섣달 엄동설한도 반가워할 날이 있으니 추위도 보둠어 오손 도손 살아 보세! 세 친구의 웃음과 수다를 멀리하며 걷다 보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우측은 정상 방향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은 나비공원으로 내려가는 길로 나비공원에는 사철 아름다운 계절 꽃을 만날 수 있으며 날씨가 부드러운 날에는 솜사탕 같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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