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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62

밥그릇을 엎어놓은 것같은 산방산 멀리서 보면 밥그릇을 엎어놓은 것처럼 봉긋한 산방산이 보이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웅장한 하나의 바위처럼 우뚝 솟아 길을 막는다. 산방산 아래쪽에는 넓은 정원 같은 초지 사이로 말이 한가로이 푸른 초지를 거닐며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목가적 풍경을 이루고 밑으로 푸른 바다와 현무암이 켜켜이 쌓여 수억 만 년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용머리 해안 지질공원이 있다.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제일 먼저 만난 것이 제주하면 떠오르는 바람의 실체를 만난다. 푸른 바다와 물빛 하늘을 등에 업고 불어오는 해풍의 위력이 실로 남다르다 더위에 지친 여행자의 온몸을 감싸며 스치는 바람은 육신과 영혼마저도 날려 버릴 것 같은 기세로 시원하게 불어와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벌리며 온몸으로 바람을 껴안아 본다. 진초록의 대지 위에 .. 2023. 7. 28.
현무암 사이를 흐르는 지하의 물이 분출하여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쇠소깍 제주의 아침 도로는 한산하고 길 양쪽으로 펼쳐진 칠월의 짙은 녹음이 싱그럽고 구름 사이로 가끔 빗방울이 떨어져 오히려 촉촉이 젖은 나뭇잎이 투명하게 빛이 난다. 주차를 하고 잘 정돈된 길을 따라 내려가자 커다란 나무 사이로 깊은 계곡이 보이고 바다에서부터 거꾸로 뭍으로 물길을 열어 숲의 안부 깊숙이 청록빛 잔잔한 강인 것 같기도 하고 호수인 듯 아름다운 쇠소깍이 보인다. 백록담에서 발원하여 서귀포 하효동과 남원읍 하례리 사이를 흐르는 효돈천(孝敦川)이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쇠소깍으로 흘러들고 쇠소깍은 하천 하구에 현무암 사이를 흐르는 지하의 물이 분출하여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것으로 쇠소깍이라는 이름은 제주도 방언으로 쇠는 효돈 마을을 뜻하며, 소는 연못, 각은 접미사로서 끝을 의미한다. .. 2023. 7. 21.
할망 바위의 전설, 외돌개 서귀포 작가의 산책길에서부터 외돌개 법환 포구 강정마을로 이어지는 올레 7코스 그림 같은 해안선에 외돌개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외돌개로 이어지는 해안선은 끝없이 밀려오는 청록 바다의 아름다움에 취해 동공 안 가득히 고이는 물빛 해안 단애를 걷는다. 해안 단애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또 어떤 풍경을 연출해 낼까 끝없는 갈증이 난다. 사방에 흩어져 있는 풍경들이 서로의 어깨를 결박하고 길고 긴 해안선을 그리며 녹음 짙은 칠월의 바다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피우지 못한 꽃이 아쉬워 끝없이 부서지는 물꽃의 하얀 이파리가 해풍에 날리고 파도는 바다를 넘어 뭍으로 끝없는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한라산 자락에 구름이 걸려 바다 끝 풍경의 아름다움이 아쉬워 태산준령을 넘지 못하고 어리목 산장에 뛰노는 어린 사슴의 검은.. 2023. 7. 14.
우리나라 최대 규모, 주상절리 파도에 맞서며 굽히지 않는 절개를 닮은 위풍당당한 모습은 용맹한 남아의 기상 같다 대포 해안 주상절리, 이곳의 옛 지명인 대포 동지삿개 라고도 한다. 매표소 입구에 커다란 소라모형의 조형물 안에서 깜찍한 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는 아이와 연출하는 엄마의 모습이 어여쁘고 흐뭇하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절벽 아래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오고 탁 트인 시야에 가슴이 뻥 뚫려 부서지는 파도와 함께 드넓은 수평선 위로 잔물결이 은빛 비늘을 반짝거리며 활시위를 떠난 시선은 어디에 고정해야 할 줄 모른다. 절벽 아래 검붉은 주상절리의 모습은 신들의 놀이터처럼 정교하게 다듬어진 사각 또는 육모꼴의 기둥을 반듯하게 쌓아 올려 해안가에 병풍처럼 둘러놓았다. 언 듯 보기에는 연탄을 .. 2023. 7. 7.
신성한 곳, 사려니 숲길 이도연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존 지역 붉은 오름 입구에 이르자 날씨가 흐린데도 불구하고 길게 조성된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사려니 숲은 비자림로를 시작으로 물찻오름과 사려니오름을 거쳐 가는 숲길로 평균 550미터 정도 고도에 삼나무숲이 우거진 1112 지방도 초입에 있다. 사려니 숲길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존 지역이기도 하며 사려니의 뜻은 '살안이' 혹은 '솔안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쓰이는 살 혹은 솔은 신성한 곳이라는 산 이름에 쓰이는 말이다. 즉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다. 사려니 숲길 입구에서 진한 향을 풍기는 커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달달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숲 입구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숲으로 들어서자 숲에서 뿜어 나오는 기.. 2023. 6. 30.
제주로 가는 길 이도연 시원하고 청량한 아침 공기가 가슴 깊이 부풀어 오른다 뭉게구름이 솜털같이 부풀어 오르는 하늘에서 바라다 보이는 아름다운 섬 제주는 맑고 청량하다 능선의 어깨 위에 구름을 걸치고 있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높고 낮은 오름이 보이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촌락과 공항 주변과 도심의 모습도 아담하게 보인다. 비행기가 굉음을 토해내며 활주로를 미끄러져 내린다. 불과 한 시간 만에 한반도의 상공에 궤적을 남기며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삼다도라 했던가, 비가 뿌려 촉촉하게 젖은 풀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예사롭지가 않다. 이 박 삼 일간 동고동락하며 제주 여행의 발이 되어줄 차를 빌리고 공항에서 서귀포시 토평동에 위치한 라임 오렌지빌을 향해서 제주에서의 첫 여정을 시작한다. 공항을 빠져나가는.. 2023. 6. 23.
길은 언제나 곡선이었다 이도연 길은 일직선으로 나아 있었다 아니 일직선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의 길들이 저마다의 모양대로 나아가고 뻗어가는 이치를 알지만 마음속에 다듬어 가고 있는 길은 수없이 많은 골목길과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길을 걸으며 태연하게 일직선으로 나아 있는 길이라고 위로를 했다 나는 안다 당신의 길이 세상의 미로를 돌다 지쳐 버린 여린 마음을 잃어버린 길에도 새로운 길이 있다는 걸 남들이 올바른 길이라고 말한 길이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세상의 길들은 정해진 대로 나는 것이 아니라 물이 흐르듯 강이 흐르듯 저마다의 모양으로 거스르지 않고 길은 흐르나! 사람은 길을 만들고 그 길이 자신의 길이라고 우기지만 자연의 길들은 오만하지 않고 거스르지 않으며 스스로 길을 만들며 저마다 길을 간다. 빗방울 떨어지는 강가에서.. 2023. 6. 16.
월미도 이도연 열차는 외로운 종착역으로 달려가고 두 줄 가느다란 철로는 갈 곳이 없다. 외로운 섬 인양 마지막 간이역 월미도의 바다는 포근한 호수처럼 조용하고 방파제 옆 굴 따는 할머니 분주한 손은 세월의 풍상만큼 주름져 굽어 슬퍼라! 하얀 꼬리 어선이 수평선을 그리고 갈매기 떼 넘나들며 만선의 무희를 즐기면. 팔미도 서풍이 새파란 파도를 떠밀어. 바다 저 끝에 해 무가 피어올라 잿빛 하늘은 그렁그렁 눈물이 가득 바다는 은빛 물빛 물결 되어 파도로 울어 바다를 흐르는 월미도 어깨 위 붉은 노을은 하얀 얼굴 달에게 이별을 하고 서해의 바닷속으로 사위어갔다. 2023. 6. 9.
단양 "도담삼봉, 수묵화를 그리다 이도연 삼도정이라는 육각정자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조형물과 자연의 조화로움이 어우러져 빚은 아름다움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정선에서 시원(始原)한 물길이 남한강의 줄기 따라 내려와 단양에 머물러 맑은 수반 위에 삼봉을 띄워 놓고 물길은 다시 돌아 내려간다. 이름하여 도담삼봉(島潭三峯)이라 단양의 제일 경이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까. 가운데 장군봉(남편봉)을 중심으로 첩봉(딸봉)과 다소곳하게 돌아앉은 처봉(아들봉)이 흐르는 강물이 정지한 것처럼 강 한가운데 6m 높이에 수려하게 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수묵화와 다름이 없다. 옛날 홍수가 나서 정선의 삼봉이 단양으로 흘러들었으니 단양군수는 정선에 세금을 물으라 하였으나 어린 정도전(鄭道傳)이 삼봉을 단양으로 흘러오라 한 적이 없는데 어찌 세금을 물라 하는가 하.. 2023. 6. 2.
그래 너도 꽃이고 말고! 이도연 굴곡진 인생이 평탄한 삶보다 강하다. 숨바꼭질하듯 두리번거리면 보이지 않고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애들 돌 틈 사이, 길섶 사이에 작은 몸 움츠려 피어난 야생화를 들여다본다. 앙증맞고 깨알 같은 크기의 모습을 눈 크게 뜨고 들여다보면 분홍빛, 연두빛, 보랏빛, 이슬을 머금은 꽃 입술은 선명하게 피어난다. 꽃 입술에 그려 넣은 갖은 문양은 정교한 선으로 이어지고, 부드러운 빛깔로 그려내고, 둥그런 모양으로 오려내어 실핏줄 같이 연한 모습으로 이어질 듯 끝 어질듯 이어간다. 약한 듯 강한 자태로 꽃 입술 속에 꽃술이 갖출 것 다 갖추고 야무지게 도드라져 피어나니 그래 너도 꽃이지 꽃이고말고! 겨우내 얼어버린 땅에서 봄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젖어 애처롭게 자그마한 너를 만나니 눈물이 왈칵 솟는 것은 반가움.. 2023.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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