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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62

강천산 단풍 고운 빛으로 순창 강천산으로 떠나는 날 새벽 뒤척이며 잠을 설치다 4시 40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마음 내키면 훌쩍 떠나는 주말여행이지만 여행은 언제나 설레게 하나 보다. 길게 기지개를 켜며 라디오를 튼다. 아나운서가 공영방송의 윤리규정 등 방송 시작을 알리는 설명을 장황하게 하고 나자 애국가가 흘러나온다. 일절부터 사절까지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애국가인 것 같다. 일찍 일어난 탓에 느긋하게 배낭을 챙겨 길을 나선다. 입동이 지난가을 새벽바람이 제법 차게 불어오며 길은 달밤에 그을린 빛으로 아직 어스름하고 사람들의 표정은 등산복의 선명한 무늬처럼 밝고 활기가 넘친다. 정안 휴게소에는 가을의 절정인 단풍놀이를 하러가기 위한 향락차량으로 발 디딜 틈이 없고 남자 화장실까지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정안 휴게소.. 2023. 10. 13.
평화의 전망대 - 금단의 땅을 바라보며 바람의 선율이 허공을 가르면 낙엽이 비처럼 내린다. 흩어져 바람에 날리다 발 위로 구르며 채이고 우수처럼 흩날리며 가을이 어깨 뒤로 떨어져 찬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섬의 앞자락에 탁 트인 바다는 말이 없는데 바다 위 이념의 경계와 분단의 아픔은 힘겹게 바다를 만나 평온을 찾은 한강의 상류로부터 이미 경계를 이루며 흘러내려 물길을 갈라놓았다. 남과 북의 이념의 경계가 가장 가까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강화의 제적봉 평화의 전망대를 찾았다. 그곳의 바다는 울렁이고 출렁거렸으며 북녘의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때 이른 한 겨울 날씨처럼 매섭게 불어왔다. 검은빛으로 일렁이며 거센 파도를 밀고 당기는 바다의 물길은 세찬 바람과 함께 으르렁거리며 더욱더 사납게 뒤채이며 흘렀다. 2km 남짓한 좁은 물길건너의 땅들은 .. 2023. 10. 6.
가을비에 젖은 물왕저수지 어제 밤부터 내린 비가 아침까지 단비 되어 내린다. 길가에 피어난 연분홍 코스모스가 실바람에 가는 허리를 흔들어 살랑살랑 춤추며 꽃잎에 맑은 구슬을 올려놓고 가을비에 젖어 투명하게 빛난다. 빗물이 촉촉이 스며드는 호숫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갈대들의 흔들림으로 물왕저수지의 가을은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빛으로 더욱더 풍요롭다. 절기가 변하여 곧 가을이 다가올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물 위로 날아드는 물새들은 한가로운 물장구를 치고 물가에 가장 커다란 느티나무 위에 홀로 자리 잡은 왜가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장승처럼 서 있다. 안개비에 젖은 저수지의 물안개가 자욱하고도 몽환적인 풍경으로 수면위에 낮게 드리우며 살금살금 퍼져 나간다. 물안개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빗소리의 리듬을 따라 그리움을 .. 2023. 9. 22.
들길 따라 가을 걷기 산모퉁이 오솔길 가을을 걸으면 여름내 달궈진 길 들이 뜨거운 열기를 내려놓고 팔월의 녹음이 절정에 이를 무렵 처서를 뒤로하고 서서히 식어 간다. 숲길도 시원한 바람이 가을을 실어 보내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물빛인 듯 하늘빛인 듯 나뭇가지 사이로 살짝 보이는 하늘은 파랗게, 파랗게 높아만 가며 늙은 노송의 그림자가 하늘 숲을 이루고 정오의 햇살을 온몸으로 버티며 땀방울을 식혀준다. 산머리 파란 하늘 위로 비행기가 선명하게 궤적을 그려 선을 그어놓으면 선 따라 푸른 하늘에는 뭉게구름 무리지어 피어오른다. 장독대 위로 가을이 묵은 된장처럼 익어가고 처마 밑에 줄을 꿰어 매달아 논 빨간색 고추가 가을을 향해 정겹게 줄지어 흔들리며 가을을 부르고 가을을 재촉하는 누런빛 갈대 춤사위에 고추잠자리도 함께 나풀거리며 날.. 2023. 9. 15.
심산유곡의 아침 가리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어이 할꼬, 입영 전야의 밤에 한 잔술에 취해 송별을 노래할 때 멀고 깊은 오지로 떠나는 자의 장탄식이다. 깊고 깊은 오지로 떠나야 하는 젊은 청춘들의 고립감은 인제나 원통의 깊은 골짜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산길을 여는 시작점은 기린면 진동리 길이 멈춘 곳 사람의 발자국이 없는 시점에서 자갈과 길섶을 걸으며 이 길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삼둔 사가리의 땅은 척박하고 깊은 골짜기에 묻혀 외롭고 이방인들이 낯설어 발길을 거부하며 천연의 원시 밀림으로 남았다. 원시 밀림에 잠들어 있는 숲과 골은 깊었으며 태고의 적막이 흐르고 어머님 품처럼 아늑했다. 그곳에서 발원한 샘은 푸르고 맑았지만, 바위에 낀 초록빛 투명한 이끼는 고요했으며 왠지 모를 외로움이 묻어나는 시원의 아름다움.. 2023. 9. 8.
생명의 기원, 물 후손에게 소중한 자원으로 물려주는 일 계곡에 흐르는 물은 시원하고 달고 맛이 있다. 심산유곡으로부터 발원하여 그 줄기를 쉼 없이 불려가며 바위와 계곡의 허리를 돌아 시원한 물줄기가 용소를 만들고 폭포를 이루며 발아래 흐르고 있다. 계곡을 이루며 흐르는 물줄기는 생명의 소리를 낸다. 폭포처럼 거세게 흐르는 물줄기는 바위에 부딪쳐 파랗게 멍이 들었고 계곡 옆 자락을 돌아드는 물소리는 다정하고 익숙한 노래 소리로 행복하다. 콰르르 쏟아붓는 소리와 졸졸 도르르 정적인 소리를 내며 바위를 돌아 초록색 풀 이끼 사이를 흐르다가 송사리의 몸을 간질이며 길을 내는 물은 사물과 어우러져 조화롭게 리듬을 탄다. 맑고 파란빛의 물줄기 앞에 무더위는 이미 여름의 끝자락을 넘어선다. 두 손을 가지런하게 오므려 물을 한 움큼 떠.. 2023. 9. 1.
숲속의 오두막 ◆ Ⅰ 두 줄기 길게 누운 평행선 길 따라 철로 위 안개 사이로 달려온 새벽 고요한 새벽의 여명이 타오른다. 때 이른 삼중주가 산새들 속삭이며 노래한다. 맑고 청아한 계곡을 지나는 물 맑은소리 바이올린 비올라의 협주곡 바람 따라 흔들리는 깊은 산중의 소리 피아노와 플루트의 앙상블로 새벽을 깨운다. 아 ~~ 산속 오두막 창 너머로 새 아침의 생명을 만난다. 이 맑고 순수한 청아함 이란 천상의 화원 대지를 흠모하는 경건한 축복으로 상큼한 기쁨의 세계! ◆ Ⅱ 눈을 뜨니 살아있음의 꿈틀거림 긴 어둠에서 깨어나 나의 동녘이 여명 앞에 신세계를 연다. 이슬로 하루를 일으켜 세우고 풀잎의 노래는 귀가에 소곤소곤 산머리 불쑥 하늘에 솟아 있고 산허리 돌아 짙은 녹음의 가랑이 사이로 스멀스멀 배어 나오는 새벽안개. 골.. 2023. 8. 25.
비 내리는 숲속의 밤 - 봉화산 해묵은 장독대 위에 유난히 소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빗방울은 시가 되고 음악이 되어 추억이 된다 동서남북 병풍을 두른 산머리 위에 하늘 아래 첫 동네 구구리말(마을) 위로 파랗게 보이는 물빛 하늘은 엽전의 구멍처럼 작고 둥글다. 한나절 태양도 순간의 미소로 머물다 사라지고 달도 별도 잠시 인사를 건네면 그만이다. 산중의 오두막에 어둠이 내리고 실록의 산내들은 살랑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치는 자연의 싱그러운 향기로 가득하다. 산비탈 벼랑 위에 군데군데 목청을 설치한 것이 눈에 뜨인다. 깎아지는 벼랑 위에 어떻게 올라 목청을 설치했을지 벌들의 겨우살이 먹이인 꿀을 탈취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대단하다. 어쩌면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산란을 할 수 있도록 공생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적막한 어둠의 검은 .. 2023. 8. 18.
산사의 아침 고요한 산사에 실바람이 분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 청아한 울림으로 산객을 맡는다. 고운 단청 차려입은 산사의 아침은 새벽안개 흐르는 계곡을 따라 나그네의 심연을 연다. 개다리소반 위의 연꽃 향 찻잔에 하얀 김이 소리 없이 피어오르고 그 향에 취해 절로 눈을 감는다. 발아래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는 같은 소리인 듯 다른 소리인 듯 무아의 음률 조화를 이루어 낸다. 노승의 주름진 얼굴이 속세의 번뇌를 끊어 내려 몸부림치는 속절없는 염불 소리만 낭랑하다. 대웅전 흔들리는 풍경 따라 발길 머문 나그네는 불당 앞에 홀로 서서 고요의 합장을 한다. 시 한 수를 지어 음미하고 천천히 고찰의 경내를 빠져나와 소양호반의 은빛 물결 찰랑거리는 나루터로 내려왔다. 맑은 물 위로 배는 하얀 물결을 일으켜 호반을 가르.. 2023. 8. 11.
천년 고찰, 청평사 주변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을 깬다. 부지런한 옆방의 나그네들이 벌써 일어나 새벽 먹이를 찾아서 둥지를 날아가는 새처럼 이른 새벽부터 등산을 가기 위해 어디론가 미지의 세계를 위해 떠날 채비를 하느라 분주히 움직인다. 바쁠 일 없는 게으름으로 기지개를 늘어지게 하며 굼벵이처럼 뒤척이다 몸을 일으킨다. 지척에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고 소양호에서 불어오는 솔향기 가득한 물바람이 시원하고 상쾌하다. 어젯밤에 삶의 이야기를 가득 담은 곡차를 제법 많이 마셨는데 공기가 좋아 그런지 양심도 없이 멀쩡하다. 숲속에서 끊임없이 펌프질하는 청량한 공기 때문인 것 같다. 흘러가는 시간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처럼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며 천천히 씻고 산나물 비빔밥 한 그릇과 오래 묵은 김치를 푹 지져 구수한 비지 김치찌개에 칼칼.. 2023.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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