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스토리마당/염홍철의 아침단상62 사랑은 불륜일까? 일반적으로 소설가나 철학자들은 ‘사랑’을 아름답게 묘사하지만, 부정적 또는 비극적으로 설정하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좀 튀는 철학자로 알려진 어느 분은 사랑은 본질적으로 ‘불륜(不倫)’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아내와 남편은 서로에게 배우자일 뿐, 결코 애인이 될 수 없다고까지 말하지요. 그가 사랑을 불륜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기존에 속해있던 무리(倫)를 부정하도록(不) 만드는’ 감정이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즉, 부모를 떠나 낯선 남자와 여자를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동력이 사랑인데, 이것은 가족을 배신하는 불륜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동의하실 수 있나요? 가족, 결혼, 사랑의 관계를 억지로 한자 풀이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분이 쓴 다른 책에는 사랑은 “자신을 .. 2024. 4. 9.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직업 언젠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직업’을 물어봤더니, 1순위는 예술가였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같아서’였다지요. 예술가가 선망의 대상인 것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업무와 경쟁과 책임감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것의 반증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선망의 대상인 예술가도 성공을 돈으로 측정하는 물질주의적 세상에서 쉽지 않은 일상을 보낼 것입니다. 대부분 예술가는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재능을 인정받아 갈고 닦아왔지요. 그리고 예술가들은 창의성이 전제되기 때문에 천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기간 피나는 노력과 많은 투자로 이룬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량을 펼칠 무대나 시장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 주위에 있는 예술가들도 이러한 현실.. 2024. 4. 2. 1초의 위력 시간의 가장 작은 단위가 초(秒)인데, 아주 짧은 순간이지요. 그러나 1초가 굉장히 길 때도 있고, 1초가 어떤 일을 좌우할 때도 있습니다. 현재 육상 100m 세계신기록 보유자는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인데, 그의 기록은 9초 58이지요. 이것은 2009년에 수립된 기록인데, 당시 육상 100m 기록에서 1초를 줄이는 데 100년이 걸렸습니다. 우사인 볼트의 세계신기록이 수립된 지도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기록을 경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적인 육상 선수들이 0.01초를 줄이지 못해 세계신기록이 수립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운동에서의 1초는 긴 시간일 수 있습니다. 0.01초 때문에 우승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예전 출근 전에, 운동장에 나가서 달리기한 적이 있.. 2024. 3. 26. 첫 마음 정채봉 시인은 이라는 시를 통해 우리게 많은 지침을 주고 있습니다. 정채봉 시인은 처음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보라고 했습니다.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늘 기쁨으로 맞으라고도 했습니다. 공사(公私) 간에 이것을 지킨다면 큰 실수 없이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잘할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첫 마음을 잊고 삽니다. 특히 자신이 고대하던 높은 자리에 올라서면, 고대할 때 간절히 빌던 그 마음을 유지하지 못하고 태도가 달라지지요. 사실 ‘처음’이라는 말처럼 가슴 떨리는 말이 또 있을까요? 생경함과 낯섦, 두근거림이 교차 되는 찰나의 단어, ‘처음’은 생성되는 그 순간부터 또 다른 몫을 향해 진행형.. 2024. 3. 19. 느끼는 것만큼 알게 된다 아름다운 것은 늘 얼마간 슬픔을 머금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봄날에 세상을 떠난 이가 있었습니다. 벌써 오래된 이야기지만, 20여 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아름답고 감동적인 문장으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사람입니다. 그분은 바로 고 구본형 대표인데 누구보다도 맑고 고운 마음으로 지고지순하게 사람과 세상을 사랑했을 것입니다. 그가 운영했던 연구소의 모토는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라고 되어있습니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연구소를 운영해왔는지 금방 알 수 있는 문장입니다. 그가 5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딸에게 “딸아, 내 인생은 그런대로 아름다운 인생이었다.”라고 했다지요. 정말 닮고 싶은 인생의 클로징 멘트라고 생각.. 2024. 3. 12. ‘상처’와 ‘사랑’ 문학에서의 봄은 수많은 소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봄을 시(詩)로 표현한 작품은 셀 수 없지요. 그것은 봄은 다양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봄은 끝날 때까지 새 생명의 밝음과 흘러가는 시간의 아쉬움이 버무려지면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김종해 시인은 라는 시를 통해서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라고 했습니다. ‘상처’와 ‘사랑’ 그리고 ‘추운 겨울’과 ‘꽃필 차례’를 대비시키며 사랑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뿐만 아니라 많은 문학 작품에서 사랑의 본질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 누구보다도 사랑의 오묘함을 섬세하게 관찰한 작품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일 것입니다. 그의 (국내에는 라는 번역본이 있음).. 2024. 3. 5. 언제나 봄 이제 얼었던 땅이 풀리고 흙이 부드러워지면서 온갖 생명들이 파릇한 싹을 쳐들고 땅 위로 나오겠지요. 얼마 전 베란다에 내놓았던 화분의 잎이 얼어서 노랗게 변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무들에 대한 애정을 덜 쏟았기 때문이겠지요.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날이 조금 풀리자 둥치 맨 밑에서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반색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녀석은 일 년을 더 버텨 생명을 연장했지요. 올해도 이 나무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믿어보고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이란 한없이 경이롭고 소중한 무엇이지요. 또,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사람과 같은 ‘마음’이 있습니다. 아직 노란 잎이 사라지지 않은 화분을 어루만지면서 ‘미안해. 더 살아줘.’라고 속삭여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봄은 짧아서 더 애잔합.. 2024. 2. 27. 가치와 명분을 위한 삶 “You raise me up”이라는 팝송이 있지요. 이 노래가 한창 유행일 때 이 가사와 관련하여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성과’와 ‘가치’의 충돌을 생각하면서 다시 이 팝송의 가사를 소환합니다. 이 노래의 마지막 구절에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저는 그 노래를 듣다가 왜 작사자는 흔하게 쓰는 ‘I can do’라고 하지 않고 ‘I can be’라고 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I can do’는 행동과 성과를 나타내지만, I can be는 존재와 가치를 나타낸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이 노랫말에서는 무엇을 해내겠다는 것보다 나 자신의 존재가치를 더 확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중적 잣대를 .. 2024. 2. 20. 잊고 싶은 기억, 선택해서 삭제할 수 있다면... 얼마 전에 인간의 기억을 선택적으로 삭제할 수 있다는 연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 연구가 어느 정도 진전되었는지 후속 기사를 보지 못했는데, 당시 흥미 있는 연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원한다면 기억하는 내용 중 고통스럽거나 잊고 싶은 내용을 선택해서 영원히 기억에서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었습니다. 심한 정신적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 같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가슴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한다면 무척 불행한 삶일 테니까요. 그 뉴스를 접할 당시, 저 역시 삭제하고 싶은 기억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무모한 상상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대부분 사람이 과거의 아픈 상처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기지만, 오히려 .. 2024. 2. 13. 우리도 아프다 졸업과 취업의 시즌이라 젊은이들에게 관심이 많이 갑니다. 요즘은 가혹한 현실 때문에 과거 젊은이들의 특권이라고 여겼던 ‘꿈과 낭만’은 사치스러운 단어가 되었습니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지요. 한편으로는 “우리도 아프다. 그러나 젊은이들 때문에 아프다고 말도 못 한다.”라고 푸념하기도 합니다. 일부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격려나 걱정에 민감하고 오히려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탓을 하거나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보듬어 안으면서 해결책을 함께 마련할 때인 것 같습니다.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의 답답함을 풀어주는데 더 적극적이어야 하며, 일자리 한 개라도 더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도전 의식도 있지만, 현실적인 안정을 추구하.. 2024. 2. 6. 이전 1 2 3 4 5 ··· 7 다음 300x250